[Opinion] 인센디어리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3.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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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모두 해결해준다는 건 거짓말이다. 상처는 가만히 두면 덧난다. 


인센디어리(Incendiary,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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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샤론 맥과이어
출연: 미셸 윌리엄스, 이완 맥그리거, 매튜 맥페이든

영화는 아들과 엄마의 행복한 일상으로 시작된다. 어릴 때 엄마와 갔던 곳을 아들과 함께 갔다. 아들은 해변에서 잘 뛰어놀았다. 아들과 함께하는 주인공의 청바지 주머니에는 sexy mama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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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런던에 산다. 맞은 편에는 좋은 주택과 스포츠카가 주차되어 있지만, 주인공이 사는 곳은 그저 시내 가까이에 있는 싼값의 아파트이다. 남편은 폭발물 제거반에서 일하는 바쁜 사람이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은 가끔 말썽이 지나치다. 맨날 끌어안고 다니는 토끼 인형을 빨지도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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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늦어져서 퇴근하지 못하는 남편을 기다리던 펍. 주인공은 자신에게 다가온 재스퍼를 거부하지 못했다. 할머니가 그랬고 자신도 그렇게 살고있는 런던의 한 동네. 일상에 지쳐있던 그녀에게 재스퍼는 하나의 재미였을 지도 모른다. 재스퍼는 주인공 집 맞은편, 그 좋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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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에 남편과 아들이 자신들의 종교인 아스널을 응원하기 위해 축구장으로 향했다. 둘을 축구장으로 보내고 장 보러 가던 주인공은 재스퍼를 만났다. 축구를 보러 가기엔 늦었지만 좋은 차로 잘 달려가면 도착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과 자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재스퍼의 집에서 축구장 테러 속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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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빠져나오는 축구장으로 갔다. 온통 재가 날리는 현장에서 네 살짜리 아들을 찾는다.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지만 주인공을 맞이하는 건 떨어지는 구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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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 딸을 돌보는 엄마와 할머니.' 차 한 잔 마실래? 괜찮아질 거야.' 당치 않죠. 아들이 죽는 것도 당치 않죠. 당신은 잘만 사는데."


재스퍼는 축구장에 가지 않았고, 다치지도 않고, 누군가를 잃지도 않았다. 둘이 같은 순간 같은 일을 했는데 주인공은 남편과 아이를 잃었다. 사람에겐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 온다는 말이 있는데 누구는 그런 시련도 없이 잘 살아간다. 나만 아프고 괴로워서 억울하다. 세상은 누군가에게 더 가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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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련을 극복하는 데에는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옆에서 따뜻한 차라도 건네고 말없이 옆에서 손만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 주인공에겐 그런 인물이 둘 있다. 재스퍼는 사고현장에서 아들의 토끼 인형을 찾아다 주었고, 테런트는 아침 햇살 아래 같이 일어나 얘기하다가 서로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일상을 함께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두 개의 치료 약은 생각만큼 잘 듣지 않았고, 상처에서 다시 피가 흐르기도 했다. 


주인공의 상처 치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테러범의 아내와 아들이었다. 남편이 테러범인지 모르고 실종신고를 냈던 아내, 연락되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는 아들. 테러범의 아들과 친해진 주인공은 아이에게 아빠가 돌아올 거라고 말한다. 아이의 아빠가 자신의 남편과 네 살 난 아들을 앗아갔지만, 주인공은 아이에게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내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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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위에 새워진 도시, 런던. "나도 런던처럼 견뎌내야죠."


배경이 된 런던은 히틀러도 이겨냈고 대화제 이후 3년만에 재건된 도시다. 가장 아팠던 순간이 없어지지 않은 채 우리는 괜찮아진다. 빈자리가 완벽하게 메워지지 않고, 지나간 추억이 한 번씩 되돌아와 상처 자국을 스치고 가지만 아프지 않는 순간이 온다. 영화는 희망의 싹이 터진 순간 끝이 난다.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지만, 상처와 극복을 서술하는 과정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흐름이라서 위로가 되었다. 좋은 영화라고, 꼭 보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보다는 쉬는 날 할 일이 없을 때 보면 괜찮은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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