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F 서울국제음악제] Be surprised - 음악의 한계를 넘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글 입력 2014.05.2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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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surprised

음악의 한계를 넘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나는 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은 모두 '클래식'일거라는 생각을 했을까? 그 악기들이 다른 느낌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을 왜 간과했던 걸까? 최근들어 꽤나 자주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불만족스럽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면모, 그리고 현대 음악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 피아 구아비둘리아아의 음악은 내겐 그랬다. 어느 한 부분도 쉽지 않았고, 귀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악에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 낯선 음악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음악이 가진 파괴력이 새삼 느껴졌다.


이번 공연에서 그녀가 선보인 음악은 현대 음악으로, 총 3곡이 연주되었다. 그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곡은 마지막 곡이었는데, "Two Paths" for two violoncelli and orchestra <WORLD PREMIERE>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두개의 길") 이라는 곡이었다. 세계 초연이었던 이 곡은 두 대의 첼로가 지휘자의 양 옆에서 연주되는데, 제목처럼 '두개의 길'처럼 느껴지는게 참 신기했다. 첼로는 각각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을 담당하며 첼로가 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고저가 표현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을 첼로와 아주 가까이에 붙인 후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화음을 끌어내던 모습도, 몸을 최대한 펼친 모습으로 묵직한 첼로의 낮은 음을 이끌어내던 모습도 모두 매력적이었다. 한가지 악기에서 이렇게 굉장히 다른 두 스타일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되면서 곡의 느낌은 정말 소름끼칠정도로 좋았다. 아직 현대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내가 이정도로 표현해도 되나 싶을정도로 강력하지만 여리고, 묵직하지만 세심한 선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소피아 구바이둘리나는 러시아의 작곡가로, 바이올린 협주곡 <<오페르토리움>>으로 국제 무대에서 조명을 받고 이후 미국 의회 도서관, 뉴옥 필하모닉 등 여러 단체로부터 작품을 의뢰받아 작곡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작곡 장르 또한 교향악, 합창곡, 바이올린 협주곡 등 다양하다고 한다. 그 중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 곡으로 들었던 <<두가지 길>>은 그녀의 작곡 세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곡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말 그대로 '서울국제음악제'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소중한 공연이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그녀에게 헌정되는 특별 공연으로 지휘에 페터 히르쉬(Peter hirsch), 바리톤에 정록기, 첼로 율리우스 베르거(Juliius Berger), 성현정이 함께했고 서울 바로크 합주단이 오케스트라에 함께 참여해 주어 더욱 빛났던 것 같다.


연주의 규모면에 있어서도 내가 생각했던 그림보다 크고 웅장함에 또 한번 놀랐다. 그동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악기가 연주되는 모습도 보았고, 피아노를 다른 방식으로 연주할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사실 처음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며 현악기를 손가락으로 튕기는 모습을 보며 '아, 저렇게 연주해도 되는구나'라면서 혼자 내심 신기해 한 적이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의 피아노 연주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나는 그 연주자분이 연주를 하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뭐하는걸까, 피아노에 문제가 생긴걸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조바심을 냈었는데, 그 모든 과정이 음악적으로 필요한 소리를 내가 위한 것들이라는 걸 알고 나서 정말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놀람과 감탄이 나를 뒤덮었다. 피아노를, 의자에 앉아서 건반을 두드리며 연주하는 형태가 아니라, 연주자분이 음향판의 안쪽으로 들어가 손 끝으로 현을 훑는 형태의 연주였다. 그 소리의 느낌은 뭐랄까, 마치 기타 연주에서 코드를 크게 바꿔 잡을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뭔가 끼릭끼릭하는 느낌이지만 기타처럼 날카롭지 않고 묵직하며, 흡사 태풍이 휘몰아치는 바람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연주였다. 이렇게 연주하는 기법을 무어라고 부르는지 이름이 궁금하기도 하다.


현대음악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듣다 보니 귀에 익숙하지 않은 연주라 사실 어느 부분이 훌륭하고 놀랍고 최고였는지를 꼽는게 조금 어렵긴 하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연주와 공연을 보다 보면 오케스트라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더 넓은 음악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2014 서울국제음악제 | 세계 정상급의 음악가들이 서울의 5월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물들입니다.

http://www.simfkorea.org

[안수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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