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짜배기 연극 - 염쟁이 유씨

글 입력 2015.03.0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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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누군가가 일인극 티켓을 주며 보러가겠느냐고 물어왔다. 단지 공짜라는 이유로 무료한 주말, 시간이나 때우겠다는 심산으로 덥썩 받은 것이 내 첫 번째 잘못이었고, 공연에 대한 사전정보 하나 없이 백지상태로 극장을 향한 것이 내 두 번째 잘못이었다. 극은 심오하고 난해했고 나는 배우의 대사의 의미도 극의 메시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일인극 기피증. 일인극이라 하면 일단 두려움과 작품의 대중성에 대한 의구심부터 일게 되었다. 그런 나의 일인극 기피증을 고쳐준 작품을 드디어 만났으니, 그것이 바로 “염쟁이 유씨” 되시겠다.
 
일인극, 염쟁이, ‘죽음’이라는 소재, 뭐 하나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 연극은 정말이지 관객의 평 하나만 믿고 보러간 연극이었다. 지나치게 심플했던 무대 세팅, 어딘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조명, 배경음악에 불안감은 커지기 시작했고 몇 년전 내게 ‘1인극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던 그 연극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무대 위에 배우가 등장하고 배우는 관객에게 말을 건네며 극을 시작하였다.
 
 
 
1인극?! 관객참여형 연극!
 
염쟁이유씨는 한 사람의 배우가 10명 이상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극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1인극이지만 관객을 적극적으로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웃음을 유발하면서 관객들의 집중력과 몰입도를 높였다. 극 중간 중간 극의 내용 혹은 대사와 연관되어 있는 퀴즈를 내고 정답자에게는 상품을 주며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염쟁이 유씨!
 
염쟁이 유씨! 한 사람이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야하고 수없이 일어나는 캐릭터의 전환 속에서 메인 캐릭터인 “유씨”의 감정선을 이어나가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연극 속에서 배우가 유독 빛나는 이유는 뛰어난 연기력 뿐 아니라 관객의 반응을 유도하는 재치와 뛰어난 순발력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 속의 한 캐릭터가 되버린 관객은 어리둥절하고 극이 잘 흘러가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항상 배우가 원하는 반응을 줄 수는 없다. 
 
관객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는 상황에서 배우는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극이 부드럽게, 그리고 개연성있게 잘 흘러갈 수 있게 하는 크고 어려운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낸다. 그런 과정 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재미가 극에 더해지고 관객과 배우 사이에는 어느새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게 된다. 극 속 염쟁이 유씨가 요구하는 것들은 때론 당황스럽고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거친 대사도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두텁게 형성된 유대감 덕분에 관객은 자발적으로, 그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하게 된다.
 

염쟁이 유씨와 함께하는 전통장례문화체험!
 
극은 3대째 장례업을 해온 염쟁이 유씨가 생애 마지막 염을 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죽은 영혼을 고이 잘 보내는 의식을 염을 그 시작부터 마지막 입관까지 행해지는 모든 의식과 절차의 의미가 염쟁이 유씨의 대사 속에 녹여 있고 관객은 진짜 ‘전통문화체험단’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유쾌한 대사로 녹여낸 현대 사회의 문제
 
염쟁이 유씨는 시종일관 관객을 웃기는 유쾌한 연극이지만 그 속에 대사들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아주 날카롭게 꼬집어낸다. 인간의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 세상. 부모의 장례식 장에서 유산상속의 문제로 다투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에 팽배한 배금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극이 끝날 무렵 관객들은 유씨의 대사에 웃고 울었던 사이, 어느 새 마음 속에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무언가’ 들어와있음을 깨닫게 된다.
 

진짜배기 연극, 진짜배기 예술 - 염쟁이 유씨
 
염쟁이 유씨는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 적극적인 관객 참여 유도, 전달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웰메이드 연극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아 균형이 잘 잡혀있었던 연극,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마무리하는 아주 바람직했던 연극 <염쟁이 유씨>. 극장을 떠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바로 이런 게 연극이고, 바로 이런 게 진정한 예술이지?!’
 

1인극 트라우마 극복과 함께 ‘진짜배기’를 경험하게 해준 연극 <염쟁이 유씨>에 끝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심우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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