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홍콩의 분위기가 그리울 때, 양조위와 왕가위가 함께한 영화 세 편 :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3.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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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낭만을 그리는 감독 왕가위는 배우 양조위와 장국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간단하게 비교하면 두 사람을 음과 양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만약 이 공간에 두 사람이 같이 등장한다면 제일 먼저 보일 사람이 장국영이에요. 모든 사람이 집중하게 되고 그렇게 주목을 받아야만 되는 배우가 장국영이죠. 양조위는 이 공간에 들어오면 최선을 다해서 눈에 안 띄게 어디론가 숨을 거예요. 하지만 언젠가는 서서히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거예요.”

 

왕가위의 말대로 양조위가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에게는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다. 눈빛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양조위의 연기를 보다보면 어느 순간 그 캐릭터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양조위와 왕가위가 함께한 영화는 많지만,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 세 편을 골라보았다. 이제는 50대의 미중년이 된 양조위의 대표작을 살펴보며 그가 연기한 인물의 내면과 이와 더불어 낭만적인 홍콩의 모습까지 되짚어보자.

 


중경삼림(1994. 왕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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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삼림>은 홍콩의 낭만에 젖어들어가게 되는 영화다. 네온사인의 조명과 마마스 앤 파파스‘California Dreaming’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보여지는 홍콩의 이미지들은 그 시절 홍콩의 냄새가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면서도 꿈 같이 낭만적이다. 영화에서는 경찰 223(금성무)와 경찰 663(양조위)이 각각 사랑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리는데, 두 이야기는 거의 아무런 연관이 없다. 영화는 주제는 무엇인지, 감독의 의도는 무엇인지 복잡하게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힘들 것이다. 영화 내내 보여지는 낭만적이면서도 쓸쓸하고, 화려한 한편 혼란스러운 홍콩의 모습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담기는 감성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왕가위의 홍콩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해피투게더(1997. 왕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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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에서는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의 거의 대부분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 내내 홍콩을 지울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보영과 아휘는 반복해서 다투고 다시 화해하지만 결국 홍콩에서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떠난 아르헨티나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휘 혼자다.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는 아파하지만 떨어져있으면 다시 그리워한다. 제목인 해피투게더는 이러한 역설을 담아낸다. 장국영의 섬세한 감성과 양조위의 눈빛에 담긴 깊은 슬픔은 동성 간의 사랑이라는 일차원적인 주제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매우 섬세하면서도 역설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엔딩에서 대니 청의 'Happy Together'가 울려퍼지는 한편 수많은 인파 속에 홀로 있는 아휘의 모습은 함께 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는 역설적인 사랑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화양연화(2000. 왕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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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홍콩, 아파트에 차우 부부와 수리첸 부부 두 가족이 이사를 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우(양조위)와 수리첸(장만옥)은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 불륜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된다. 깊어지는 외로움에 차우와 수리첸은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언뜻 보면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불륜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불륜 관계에 있는 차우와 수리첸이 서로 닿아있을 때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그들과 달라요.’ 라고 말하며 사람들이 말하는 불륜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마음 깊이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안타까움은 두 주인공이 아파트 복도, 계단 등 마음만 먹으면 닿을 수 있는 장소에서 느리게 서로를 스쳐갈 때 배가된다. ‘California Dreaming'이 울려 퍼지며 홍콩의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중경삼림>, 보영과 아휘의 감정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보여주는 <해피투게더>와 달리 <화양연화>에서는 시간을 잡아 늘린 듯 슬로모션이 많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을 뜻하는데, 영화에서는 함께 했던 아주 짧은 순간이었으나 그 순간을 길게 늘여 인물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사랑의 마음을 담아냈다. 영화의 마지막 차우는 앙코르와트 사원의 구멍에 자신의 사랑을 속삭이며 인생의 화양연화를 봉인하는데, 마치 그 구멍이 영화를 보는 사람의 마음과 같아서 주인공들의 화양연화가 마음에 봉인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낭만적인 홍콩의 배경을 바탕으로 쓸쓸한 인물들의 마음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감각적인 영상으로 보여주는 감독 왕가위와 그러한 인물을 깊은 눈빛으로 표현하는 배우 양조위의 만남은 좋은 영화를 만든다. 홍콩 특유의 분위기와 양조위의 눈빛이 그리울 때, 위에서 소개한 세 편의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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