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작아지는 나를 위로하는 고요함 -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2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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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겨울'하면 떠오르는 화가가 한 명 있다.

물론 겨울만이 그가 그렸던 작품의 소재는 아니었으나,
내가 아는 한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내게 있어 '가장 완벽한 겨울'을 그려냈던 화가이다.

내게 있어 이상적인 겨울이란,
적막한 설원,
차갑지만 깨끗하고 맑은 공기,
낮에 빛나는 태양에 녹아내리는 눈보다
밤에 떠오른 달에 반짝이는 눈이 인상적인 계절.

그런 인상이 모여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 만들어진다.


프리드리히의 작품은
고요함, 넓은 공간감,
그리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만들어내는 그 어떤 경외심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매력은
그의 작품에서 주배경이 되는 겨울에 꼭 맞아
내가 '가장 이상적인 겨울'을 떠올릴 때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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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교회가 있는 겨울 풍경]

이 작품은 넓은 설원에 선 나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슴푸레하게 커다란 성당의 형체가 보이고
사람은 자세히 보아야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바위에 몸을 기댄채 작게 표현되고 있다.

이렇게 프리드리히는
독일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답게
자연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그 안에서 사람은 주로 작게 표현되고 있으며,
넓고 고요한 자연이 주는 어떤 느낌,
나지막이 보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느낌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나 역시 이 작품에서 설원의 황량함보다
그 적막함에 더 동하고,
안겨있는 듯 바위에 기댄 사람에게서
따뜻함과 편안함을 전해받았다.

프리드리히는 자연이 주소재였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종종 기독교적인 소재가 등장하기도 한다. 

작품 속의 남자에게 주목하면,
그가 짚던 것처럼 보이는 두 목발이 나동그라진 채 뒹굴고 있으나
남자는 나무 속에 세워진 십자가를 바라보는데 여념이 없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역경과 황량함 속에서도
기독교적인 신념 속에서
안식을 찾는다는 종교적인 의미를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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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바닷가의 수도승]



이 작품은 비록 겨울이 배경은 아니지만,
프리드리히의 작품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림에서
저무는 날이라기보다는
새로이 피어나오려는 새벽빛이 역력한 하늘을
바다에서 솟은 듯한 회색 구름이 뒤덮어가고 있다.

그 아래에 푸르다고는 말할 수 없는
무겁고 차가운 바다.

바닷가에는 이 모든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수도승 뿐이다.

조용하고 무겁고 거대하지만,
너무 아름다운 작품이다.

작품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마음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정과 함께
바닷가에서 새벽을 맞는 수도승의 눈을 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내가 작품들을 접하면서 받는 크고 작은 감동 중에서도
크고 장엄한 감동을 받을 때면,
나 역시 가득 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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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그렇다면 프리드리히의 작품 속 사람들은
언제나 자연 속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일까?

분명 대부분의 프리드리히의 작품 속 사람들은 작게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공통점 역시 갖고 있다.

사람들은 왜 뒷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나'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을 넘어 보고있는
자연을,
작품 속의 사람 역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위 작품은 프리드리히의 작품 중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마치 몰아치는 파도 속에 서있는 남자를 표현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절벽의 끝에서
산봉우리를 넘나들며 끝없이 펼쳐진 안개를 바라보는 남성을 표현한 것이다.


남자는 우리와 같은 시선에서,
어쩌면 제일 높은 곳이라 생각했던 산봉우리에 올라섰지만
끝없이 펼쳐진 넓고도 장엄한 광경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프리드리히는
관객과 눈을 맞추는 인물을 그리는 대신,
관객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으로
자연에 대해 자신이 느꼈던 그 감정을
공유하고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프리드리히의 작품은
고요하고도 거대하고, 아름답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넓은 자연, 세상 속에서
너무나도 작은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나는 위태롭거나 약하지 않다.

그의 자연은
크고 무겁고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함을 가지지만

이렇게 작은 나를
조용하고도 따스하게 안아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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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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