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퀴어 뮤지컬의 흥행으로 보는 한국의 성소수자 문화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2.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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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뮤지컬의 흥행으로 보는 한국의 성소수자 문화
 
 
 

 
 
   무대 위에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나와 춤을 춘다. 스타킹에 짧은 치마까지 입은 영락없는 여자이다. 이것이 뮤지컬 라카지의 첫 장면이다. 후에 관객들은 그들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임을 알게 된다. '노출 있는 옷, 더군다나 치마는 여자의 전유물이다' 라는 오랜 고정관념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라카지에 등장하는 히스테리를 부리지만 가족에게 만큼은 헌신적인 앨빈과 게이 클럽의 무용수들인 라카지걸들은 남자의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여자보다 여자 같은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뮤지컬 라카지는 자신의 아들 장 미쉘이 극보수주의 정치인인 에두아르 딩동의 딸과의 결혼을 발표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뮤지컬 라카지는 가족애와 모성애를 이야기 전면으로 내세워 퀴어 코드를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고 유머 코드로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은 익숙하지 않은 성정체성을 가진 등장인물을 보고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즐겁게 무대 위에 펼쳐지는 쇼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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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카지' 중 라카지걸-
 
 
한국에서 퀴어 코드를 가진 문화예술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오랜 인식은 뮤지컬계에서는 예외인 듯하다. 싸구려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렌스젠더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헤드윅]은 한국에서 초연된 지 10년이 지났다. 헤드윅은 10년동안 끊임없이 관객들을 끌어들였으며 뮤지컬 마니아층도 생산해냈다. 뮤지컬 [쓰릴 미]도 로스쿨 청년들의 범죄와 동성애를 다룬 뮤지컬로 2007년 초연 이후 대극장 공연과 견줄만한 티켓파워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흥행한 대표적 스테디셀러 뮤지컬인 헤드윅과 쓰릴미를 포함해서 요즘 한국 뮤지컬계는 퀴어 뮤지컬에 빠졌다. 작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선을 보인 뮤지컬 [프리실라][킹키부츠]는 뮤지컬 마니아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한국에서의 초연을 마쳤다. 뮤지컬 [자나, 돈트]는 아예 동성애자들이 정상이라면?’ 이라는 획기적인 소재로 퀴어 코드를 정통으로 사용한다. 이 외에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작품 안에 퀴어 코드를 가진 뮤지컬 작품은 매우 많다. [위키드], [헤어스프레이], [레베카]에서도 퀴어 코드는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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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 중-

 
 최근 몇 년간 한국 뮤지컬계를 휩쓴 퀴어 코드는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미권에서 오래 전부터 인기 있었던 소재였다. 해외에서 퀴어 뮤지컬이 특히 많이 만들어진 이유는 업계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성소수자였기 때문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작곡가 레너브 번스타인은 뮤지컬 작곡가로 성공하려면 유대인이거나 동성애자여야 하는데 나는 둘 다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성소수자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아내는 과정에서 퀴어 코드를 가진 뮤지컬들이 많이 탄생하고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퀴어 뮤지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드래그 퀸(여장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뮤지컬 [프리실라]가 한국에서 막을 올리기 전 네티즌들은 성소수자들을 조롱하는 댓글들을 달면서 그들에 대한 차별과 반감을 드러냈다. 네티즌들은 남자 배우들의 성정체성을 건드리면서 인격을 모독하는 수준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렇듯 한국의 편협한 성적 고정관념으로 인해 오랜 시간동안 성소수자들은 배제와 소외의 대상이었다. 이성애 중심적인 성적 규범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성정체성을 드러내기란 분명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수용까지는 아니어도 이해하려는 한 치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성소수자들에게 반감과 폭력의 말들을 쏟아낸다. 그들에게 성소수자들은 그저 돌연변이’, ‘건강한 사회를 해치는 암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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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리실라' 중 드래그퀸의 모습-
 
 
 

 그렇지만, 퀴어 뮤지컬이 계속해서 무대에 올라오고 퀴어 뮤지컬을 접하러 오는 관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한국의 성소수자 문화에 고무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퀴어 뮤지컬은 게이와 트렌스젠더의 뜻도 구별하지 못했던 한국 사람들에게 성소수자들의 성적 다양성을 정확히 인식시킨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퀴어 뮤지컬에 나오는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성소수자들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성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들을 미워할 수 없을 것이다. 퀴어 뮤지컬은 관객들이 다양한 성정체성을 인식하고 그 다양성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와 다른 것 일뿐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유쾌하게 유도한다. 또한, 사회에서 억압받는 성소수자들은 무대 위의 성소수자들이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거나 해소감을 느낄 수 있다. 일부 개신교 단체들의 동성애 반대 시위와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 등 한국 사회는 아직도 성적인 측면에서 시대착오적 수준에 머물러있다. 명심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사회를 해치는 것은 성소수자들이 아닌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자신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퀴어 뮤지컬이 계속해서 막을 올리는 한 한국의 성소수자 문화의 미래는 밝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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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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