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가탐구 - 패션계의 독보적인 사진가 '사라 문'에 대하여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17 01: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SARAH MOON


%5B__l_avant_derniere_ㅈㅓㄴㅎㅜ_2008_%5D.jpg

6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우연히 보게 된 사라 문의 전시는 참 인상적이었다.

패션사진은 언제나 화려하고 정확한 초점이 맞은 사진으로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깨준 사진가이기도 하다.


56106_25289_jpg_M800K8B%3DaHR0cDovL2Jsb2cuaGFuaS5jby5rci9jcm9ub3Mv%3D.jpg

그녀는 1942년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포토그래퍼다. 그녀의 직업은 원래 모델이었다.

모델 데뷔 전 드로윙 공부를 하였고 9년간 오뜨 꾸뛰르 모델로 영국과 유럽에서 활동을 했다. 그녀의 당시 모습들은 사진작가 헬무트 뉴튼(Helmut Newton)이나 기 부르댕(Guy Bourdin)의 사진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두명의 남성 사진작가들은 사라문의 멘토이자 친구로 인연을 이어갔다. 

29살때부터 사진작가의 길을 걸었다. 그녀의 사진은 60년대 사진계에 알려졌고, 그 후 1970년 자신만의 스타일로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녀만의 독특하고 낭만적인 사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유명해 지게 되었다.

그녀의 재능은 당시 유명한 편집자들에게 먼저 인정받았다. 몽상적이고 낭만적인 인상파풍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스타일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3.jpg

그녀는 1970년 초반에 화보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 기존에 있던 패션화보와 남다른 예술적 감성과 확고한 철학으로 그녀만의 특화된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사라문은 스토리가 있는 시선과 차별화된 느낌으로 사진을 포착하는 면 등에 있어 특히 기 부르댕의 영향을 받았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사라문이 담아내는 패션화보에는 그녀만의 절제된 색감 철학이 함께 반영된다. 부드러운 초점으로 피사체를 잡아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을 극대화 시킨 그녀만의 스타일은 다른 사진작가들과 차별화된 스타일과 감각을 보여준 트레이드 마크였다. 내 기억속의 사라 문의 사진들은 아주 모호하고 윤곽만 희미하게 비추는 그녀의 사진은 강한 색감을 담고있었다. 주로 폴라로이드 전사로 촬영했으며 꼼데가르송이나 샤넬 이세이 미야케 요즈 야마모토 등을 입은 모델들을 볼 수 있다.


%5B_1972ㄴㅕㄴ_12ㅇㅝㄹ_ㄷㅏㄹㄹㅕㄱ%2C_ㅍㅣㄹㅔㄹㄹㅣ_%5D.jpg

그녀는 기존 남성 포토그래퍼들이 주로 작업한 피렐리 캘린더의 첫번째 여성 사진작가이다. 이 사진에서는 드가의 작품 <발레리나들>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색상도 풍부하게 담아냈다. 그 후 소니아 리키엘, 샤넬, 이세이 미야케, 꼼 데 가르송, 크리스찬 라크로와, 디올, 이탈리아 보그, 엘르 프랑스 등 다양한 패션 미디어/브랜드/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했다. 17년 동안 패션사진을 전문적으로 작업하다 그 후부터는 그녀의 내면에 더 귀 기울이고 정제된 감각의 순수한 예술성을 지향하는 작업을 더 많이 보이며 다수의 사진 전시회를 가졌다. 1990년엔 부다페스트 패션 축제에서 명예 게스트로 초청 받았으며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미스터리하게 전개되는 사진 속 내러티브는 마치 온 세상을 열쇠구멍으로 볼 때처럼 상상과 향수 속으로 더 깊게 빠져들게 한다. 동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사라 문은 아마도 기억의 주체와 함께 성장하여 기억들이 그의 개성을 만들고,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무의식적 코드를 형성했을 것이다.사라 문은 패션사진계의 편견에 물들지 않은 완전히 새롭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사진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에 걸쳐 영향을 끼쳐나가며 이미지로 마법을 부리게 된다. 그의 화면 안에서는 평범한 풍경, 사물, 인물들이 두렵고 불가해한 톤으로 세팅된다. 패션의 주제인 모델과 의상은 보이지 않고, 느닷없이 사자 한 마리를 옷장 앞에 서 있게 하거나 살롱에서 거위 한 마리가 털을 날리게 하며 마법에 걸린 세계를 옮겨 놓았다. 이 사진들의 마법은 모든 동물들이 그들의 편이라고 믿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발산된 것이다. 거기에 창조적인 디지털의 교묘함과 장난감 카메라의 흐린 렌즈, 모션의 흐릿함은 마치 석판화나 인상주의 회화 같은 느낌을 뿜어낸다. 게다가 모델은 사진작가가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 제 멋대로 몸과 얼굴을 움직였다. 이렇게 변덕스럽고 추상적인 그녀의 스타일은 몽상적인 이미지를 선호하는 많은 이들의 목마름을 가시게 하였다. - 2009 예술의 전당 사라문 전시 큐레이터의 글



%5B_Issey_Miyake_ㅇㅣㅅㅔㅇㅣ_ㅁㅣㅇㅑㅋㅔ%2C_1995_%5D.jpg


패션사진가로서의 입지가 단단해 질 수록 그녀는 좀 더 개인적이고 비상업적인 파인아트 작업을 꿈꿨다. 이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나감으로써 완전한 예술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재능은 다재다능하여 1988년에는 칸 영화제 광고부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또한 사진집 <1234>로 프랑스에서 사진가에게 주는 가장 권위있는 상인 나다르 상을 거머쥐었다.


전 컬러를 좋아하지 않아요, 이게 내게 영향을 주려면 저는 이것을 다르게 담고 싶어요.전 사진의 본질은 흑과 백이라고 믿어요. 컬러는 단지 일탈이죠 - 사라 문 (Sarah Moon) -1972, 피렐리 달력 화보작업, 사라 문



Sarah_Moon_10_Magazine%2C_fall_2012.jpg


사라문의 순수예술 사진 속 피사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길을 걷는 여인, 바다 위 거대한 암석, 날아다니는 새 같이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필터를 거치면 보통의 존재도 신비로움을 가진 특별한 무언가로 탈바꿈한다. 남다른 시선을 갖고 피사체를포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완벽하다고 인정할 때까지 수없는 셔터를 누르는 집요함이 더욱 완벽도를 높인다. 그녀 스스로 만족스러운 장면을 담을 때까지 4시간 이상이 걸린 적도 있다고 한다. 그녀는 또한 우연적으로 찍힌 사진들을 좋아했다. 사라문은 그녀가 해변가에서 바다와 하늘, 갈매기 등을 찍고 있을 때 우연히 한 새가 지나갔고 놀라며 그 찰나의 순간을 폴라로이드로 찍었다고 한다. 꼭 자신을 향해 새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내 사진을 지금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5B_suzanne_aux_tuileries_ㅌㅟㅇㅣㄹㄹㅣ_ㄱㅗㅇㅇㅝㄴㅇㅢ_ㅅㅜㅈㅏㄴ_1974_%5D.jpg


위 사진은 사라문이 모델과 촬영을 하려고 했으나, 도저히 원하는 그림과 스타일이 나오지 않아 촬영을 접고 모델을 돌려보냈고, 모델이 돌아가는 모습의 찰나를 기록한 것이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찰나의 모습이 또 하나의 우연을 만들어냈고, 그 우연을 사라문은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07.jpg


패션사진은 무엇보다도 어려운 작업이다. 왜냐면 매우 다양한 측면을 함께
집중할 수 있어야 하니까. 스타일링, 메이크업, 모델 그 이상의 것들을.
 
할 수 있는 최선은 준비되는 것이다. 때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이 
헛되게 되는, 짧은 몇 분간의 적합한 장소와 순간이 그것도 가장 최선의 각도로 포착할 수 있는 
행운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말하고 싶은걸 표현해준다. -sarah moon


IMG_9794.jpg


형식적으로 보면 사라 문의 칼라는 폴라로이드 카메라(665필름)가 만들어내는 모노크롬에, 기억의 톤이라 불리우는 세피아 컬러링이 주를 이룬다. 한 화면에서 네거티브와 포지티브가 공존하면서 유령 (이미지image라는 말의 뿌리인 라틴어 이마고imago는‘유령’이라는 뜻이다)을 보여주는가 하면, 점 혹은 얼룩, 고의로 표면에 찍어 낸 지문에 필름의 흐릿한 해상도까지 더해져 사진은 더욱 고풍스럽게, 마치 다른 세계의 것처럼 만들어진다. 

사진들을 보면 사진 바깥쪽 테두리쪽으로 뭔가 오염된듯 보여지는 것들은 폴라로이드 필름의 흔적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폴라로이드 필름은 즉석에서 단 한장만 인화되어지는데 반해 사라문이 쓴 폴라로이드 필름은 즉석에서 인화된 사진 아래쪽에 원판필름이 생성되어 그것을 재인화할 수 있다. 그 원판을 떼어낼 때에의 흔적이 고스란히 인화물에 남은것을 전시하면서도 크로핑하지 않고 함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란다. 


moon_74.jpg

scriptical-wordpress-comme-des-garcons-reka-nagy-maria-loks-alina-ismailova-and-kelsey-rog-by-sarah-moon-for-10-magazine-44-fall-2012-2.jpg


내가 예술의 전당에서 보았던 사라문의 전시의 한켠에서는 그녀가 만든 영화도 상영이 되고 있었다. 서커스를 배경으로 기묘한 분위기의 흑백영화였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조사를 해보니, <서커스> 영화는 성냥팔이소녀를 모티프로 한 작품인 15분짜리 단편영화다. 러시아 서커스단의 여주인이 중국인과 정분이 나 함께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이다. 어릿 광대는 그를 기다리며 술집을 헤매고 표범은 죽어 박제가 되고 황새는 얼어죽는다. 첫째 딸은 가출을 하고 일곱살 배기 둘째딸은 성냥팔이 소녀로 나선다….깊고 고귀한 미의 감각이 충만하게 펼쳐지는 독특한 영상물로, 광대들과 동물의 행렬과 해산, 회합의 장소에서 자유분방하지만 아주 중요한 행위들을 통해 수만의 군중들이 잃어버린 순수와 사랑을 건드리고 있다고 한다. 


ㅅㅡㅋㅡㄹㅣㄴㅅㅑㅅ 2015-02-17 ㅇㅗㅈㅓㄴ 1.44.27.png

사라문은 패션사진으로도 자신만의 예술성을 드러낸다.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함과 모호함 번짐과 흔들림이 가득한 그녀의 사진은 보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마음속에 켠켠히 묵혀두었던 감정을 꺼내어 보게 만들어준다. 그녀가 유도하는 색의 조화와 몽환적인 느낌은 너무나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환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ㅅㅓㅍㅗㅌㅓㅈㅡ3ㄱㅣ-ㅂㅏㄱㅎㅛㅅㅓㄴㄴㅣㅁ-ㅌㅐㄱㅡ2 (1).png


[박효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