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몽상가들 Dreamers'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12 21: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영화 '몽상가들 Dreamers'


현실을 도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도피하는 방법, 그리고 삶을 포기함으로써 현실을 끝내버리는 방법. 꿈을 꾸는 자들, 몽상가들, 헛된 꿈을 꾸는 자들인 매튜, 테오, 이사벨은 전자의 방법을 선택한다. 삶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공간속에서 꿈을 꾸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체는 성장했을진 몰라도, 정신은 거의 유아기 때에 머물러 있다. 이 영화에는 장면장면마다 상징과 암시가 숨어있는데, 매튜가 테오와 이사벨의 집에서 잠든 날 아침에 남매 둘이서 벌거벗고 태아처럼 웅크려 자고 있는 모습을 보는 그 장면이 이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자궁속의 쌍둥이(테오가 자신과 이사벨을 샴쌍둥이라고 지칭했듯이)처럼 편안한자세로 아기처럼 잠들어 있다. 매튜는 이때부터 매튜와 이사벨의 사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둘사이가 평범한 남매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하지만, 매튜는 한편으로는 그들을 동경한다. 그들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들과 같이 정신적인 성장을 하지 않기 시작하는 것이다. 매튜와 이사벨이 앞서 했던 것처럼, 같이 목욕을 하기도 하고 같이 벌거벗고 자기도 한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고다르의 국외자들(Bande a Part)의 기록을 깬 날 이후로, 테오와 이사벨 남매는 “We accept him one of us!”라고 외치며 매튜를 그들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것을 같이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매튜는 평소에 동경하던 그들이 자신을 한 구성원으로 인정해 주었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한다. 남매라는 틀 안에서는 충족하기 불가능했던 성적 호기심을 매튜가 해결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 완전히 흡수될수는 없다. 테오는 매튜와 이사벨이 첫관계를 나눈 날, 매튜에게 자신들은 태어날 때부터 샴 쌍둥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매튜에게 경고를 한다. 매투가 침범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이사벨 또한 자신은 태어났던 그 순간부터 테오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둘은 서로 떨어질래야 떨어질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조차도 말이다. 매튜는 항상 "I'love you"라고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I’가 아니라 “‘We' love you"이다. 매튜는 이들에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매튜에게 ’개별적인‘사랑을 주지 않는다.

이들이 ‘영화맞추기’게임을 하는 것도 하나의 유아기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광인 그들은 영화속에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부모님께 자신들의 관계를 들킨 순간조차 이사벨은 영화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인다. 꿈은 영원할 수 없다. 이는 영화속의 몽상가 세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들은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꿈에서 깨어날 수 밖에 없었다. 가족이라는 ‘내부’공간에서의 영향은 그들을 깨울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꿈만꾸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이 영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위대에 의해 유리창이 깨지는 순간, 그들은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깨어지게 되는 것이다. 시위라는 ‘외부’에 의해 그들은 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내부속에서 항상 외부를 말해왔지만 외부로 나아가려하지는 않았다.(그러한 테오의 모습을 보고, 매튜는 “그럼 나가서 시위에 참여하지 그래?”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리창이 깨지고, 그들의 몽상도 깼다. 셋은 집에서 나와 거리로 나간다. 외부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세명이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가진 않는다. 테오는 꿈에서 깼고, 시위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매튜는 이제 그들을 따라하지 않는다. 그는 시위대의 뒤에 남는다. 이사벨은 결국 테오를 버리지 못하고 그를 따라간다. 결국 매튜는 남매사이에 섞여드는데 실패한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세 사람의 몽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68혁명이라는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속에서의 ‘젊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급변하는 상황속에서 정신적인 성장을 거부하던 젊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한편의 성장영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최민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