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녀와 야수 - 잊고 있었던 것들의 힘

글 입력 2015.02.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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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어린이날이라고 가족들과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그 뮤지컬은 바로 '미녀와 야수'였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가물가물하지만, 공연을 보면서 벨이 마치 천사처럼 느껴졌고, 개스톤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던 거 같다. 또 왕자가 나중에 마법에서 풀려날 때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던 거 같다. 그 당시 나에게 '미녀와 야수'는 환상 그 자체였던 거 같다.


 그 뒤로 시간은 흐르고 나는 더는 어린 꼬마가 아니라 성인이 되었다. 이제 나에겐 환상의 세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환상의 세계만큼 순수하고 동화 같은 사랑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동화 같은 것은 잊고 지낸 지 오래되었고, 낭만적 사랑은 이제 믿지 않는 내가 어떻게 하다가 '미녀와 야수'를 보러 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뜻밖의 선택이 여태까지 잊고 지냈던 것들을 불러 일으켰고, 그것들을 다시 내게 안겨주었다.


 사실 1막 초반 때만 해도 나는 그저 동화 자체를 무대 위로 옮긴 거 같다, 디즈니 뮤지컬이라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배우들의 가창력이 괜찮다, 이런 게 바로 대극장 뮤지컬이구나 등만 생각했다. 또 일부 장면을 보면서 유치하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래서 공연을 보면서 내가 왜 이 뮤지컬을 보러 왔지라는 후회가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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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약에 끝까지 객석에 있지 않았다면 지금쯤 '미녀와 야수'는 내게 '화려하지만 유치한 뮤지컬'로만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려함'과 '유치함'으로만 포장되어있는 줄 알았던 '미녀와 야수'는 알고 보니 '서로를 향한 믿음'과 '진심'이라는 소중한 보물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무서운 외양 뒤에 서툴지만 따듯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야수처럼 뮤지컬 '미녀와 야수'는 그 어떤 장애물도 막을 수 없는 '진심'을 깊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벨과 야수를 통해 조금씩 드러냈던 것이었다.


 공연은 끝났고 무대 위에 펼쳐졌던 동화 속 세계와 환상은 어느새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 극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 관객들은 다시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 느꼈던 믿음과 진심, 사랑의 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간직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보일 것이고 마음을 뜨겁게 만들 것이다. 마치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을 향해 열렬하게 기립박수를 쳤던 관객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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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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