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가탐구 - 눈으로 느끼는 달콤함, 팝 아티스트 웨인 티보에 대하여[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0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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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ne Thieba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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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만 있어도 단 냄새가 풍겨지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그림들을 본 적이 있는가. 웨인 티보는 케이크나 페스트리 혹은 장난감등을 그린 작품으로 잘 알려져있다. 웨인 티보는 1920년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성장하였다. 1941년 새크라멘토주립대학을 졸업하였고,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만화가와 광고디자이너,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만화영화 제작자로 생업을 해결하였다. 이러한 경력은 이미지를 압축시키고 빈 공간에 선으로 그린 간결한 형태만이 돋보이는 그의 작업의 배경이 되었다. 그는 1950년 다시 공부를 시작해 1952년 새크라멘토주립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60년에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조교수가 되었다. 개념주의보다는 사실주의와 전통적인 미술 분야들에 더욱 중점을 두고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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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팝아트 붐을 일으켰던 앤디 워홀, 리히텐 스타인등 굵직 굵직한 인물들과 동시대에 활동한 팝아트 계열의 작가로서 할리우드에서 광고 일을 하는 등 돈을 많이 버는 일에 열중했으며 뒤늦게 본격 회화의 길에 입문했다. 사실 팝아트는 형태, 패턴, 배치 세가지 요소에서 기존 회화와 큰 변별성을 갖는다. 단조롭고 정렬된 패턴에 생기를 부여하는 게 팝아트만의 번쩍거리는 색감일 것이다. 그러나 웨인 티보는 워홀류와는 달리 패턴과 배치적인 측면에서 좀 더 깊은 인상이다. 색연필과 파스텔를 이용한 그림의 경우, 실제 60~70년대 영화, 패션, 디자인 등 대중문화가 가진 상업적 색채를 더 잘 반영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웨인 티보는 1960년대 초반부터 케이크 핫도그 파이 판매대 등 전형적인 미국의 먹거리들을 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임파스토 기법으로 그렸다. 줄지어 늘어선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들은 미국의 물질적 풍요를 반영한다. 당시 미술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미국의 소비문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티보는 팝 아티스트로 분류된다. 그러나 다른 팝아티스들이 기게 복제 특유의 매끈한 화면에 탐닉한 것과 달리 티보는 구도나 색채, 빛 질감등을 탐구하면서 회화적인 효과를 추구했다. 케이크를 묘사하면서 두텁게 바른 물감은 제빵사가 케이크 위에 펴 바른 생크림의 질감을 연상시킨다. 한편 나란히 진열된케이크들에서 반복되는 삼각형과 동그란 케이트 받침은 기하학적 형태를 강조하고 있다. 대개의 팝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소비지향적인 미국사회를 비판한 것에 반해 티보는 작가 스스로 “내 관심은 오직 미술의 형식적인 문제에 있다. 제발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밝혔으며, 수공업적인 효과를 최대한 배제하려 했던 팝 아트 작가들과 달리 티보의 작품은 거친 붓터치가 그대로 살아나는 정통 유화의 기법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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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의 작품을 통해 어렸을 때 부터 먹고 자란 달콤한 먹거리를 보면서 미국인들이 느낄 법한 정서적인 효과와 대량 샌산, 대량소비 사회에서 나타나는 규격화된 형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는 미국적 리얼리즘의 단면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포토리얼리즘의 전조로 지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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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는 팝 미술가인 로버트 라우셴버그와 재스퍼 존스뿐만 아니라 추상표현주의 화가 친구들인 윌렘 데 쿠닝과 프란츠 클라인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 그밖에 미묘한 빛의 효과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조르조 모란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티보는 유화 물감의 성질을 잘 활용해 묘사하려는 대상의 질감을 잘 표현해냈다. 붓 자국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의 회화 표면은 제작 과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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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는 케이크와 파이 등 음식그림 외에 인물화와 풍경화도 그렸다. 그의 인물화는 옅은 색으로 칠해진 빈 공간에 무표정한 인물들이 강렬한 측광을 받으며 마치 물건처럼 그려져 있다. 함께 있는 인물들조차 각각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이 작품들은 고독과 소외감에 젖은 현대인의 모습이 건조하게 표현돼 티보의 행복한 음식그림과 크게 대비를 이룬다. 1970년대 이후에는 그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일대의 도시풍경을 주로 그렸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전원풍경을 통해 삶의 심상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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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은 달콤하면서도 단적이고 포근함을 지니고 있다. 모던한 부드러움.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달콤한 크림케이크가 먹고 싶어지는 충동이 든다. 혹시 어쩌면 웨인 티보는 많은 미술평론가들이 평가하는 미국의 대량적인 소비문제나 미국인들의 꿈에 대한 기억과 욕망을 표현하였다는 거창한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기 보다는 그저 따뜻하고 달콤한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들면, 마치 매주 오피니언에 대한 주제를 고민하다가 결국 그저 마음 편히 필자가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하게 되는 오늘과 같이 말이다.수 많은 의미를 가지고 예술을 느끼기에는 머릿속만 복잡해질 뿐이다.


"우리는 가장 완전하고 가장 극단적인 유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라고 웨인 티보가 말하였다. 비판적인 입장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저 그의 달콤한 그림은 많은 생각 없이도 충분히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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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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