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울린 작품들, 뭐가 있을까?[문화전반]

글 입력 2015.02.0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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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작품, 뭐가 있을까?



글 김지현 (ART Insight 서포터즈 3기)



나는 새드엔딩을 싫어한다. 슬픈 발라드 곡도 싫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일부러 슬픈 영화나 발라드 노래는 듣지 않는다. 감정이입이 너무 잘 돼서 그날 하루를 계속 우울하게 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울음 코드조차 독특해서 피곤하다. 많은 관객을 울렸던 ‘늑대소년’ 이나 ‘안녕 헤이즐’ 을 봤을 때 눈물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았다. 참 까다로운 눈물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울렸던, 감동을 주었던 작품들이 있다. 손에 꼽을 정도로 얼마 없지만 정리해보니 문화예술의 각 장르에서 하나쯤은 있었다. 그래서 이런 ‘울음 리스트’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자, 다들 손수건 준비하시라.


1. 영화

가장 쉽게 접하는 문화생활에 영화가 빠질 수 없다. 그만큼 감동적인 작품들도 많이 있다. 그 중, 나를 울린 작품은 바로 2001년에 개봉한 ‘아이엠 샘’이다. 2001년, 참 까마득하다. 벌써 14 년 전이니 내가 7~8살 때 본 셈인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엠 샘’은 지적 장애로 7살의 지능을 갖고 있는 아빠 ‘샘’ 과 딸 ‘루시’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이엠 샘.jpg

영화 '아이엠 샘'


줄거리: 샘은 도망간 아내 대신 딸 루시를 홀로 키우게 된다. 비록 정상적인 가정은 아니지만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딸 루시가 아빠의 지능을 추월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학교 수업을 게을리하게 된다. 이를 이유로 사회복지사가 가정을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샘에게 아빠로서 양육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단, 루시를 시설로 옮기고 샘에게 일주일에 2번만의 면회를 허락한다. 실의에 빠진 샘은 법정에서 싸워 루시를 되찾을 결심을 하게 되고, 변호사를 찾아가는 등 고군분투한다.


영화 ‘아이엠 샘’은 감동의 모든 요소를 적절하게 갖추고 있다. 먼저 딸과 장애인 남편을 두고 도망간 아내, 레베카를 통한 ‘현실성’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안타깝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샘이 장애인으로서 겪는 모든 현실적인 어려움이 영화에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부녀 간의 사랑’, ‘주변의 도움’, ‘힐링 스토리’ 역시 감동의 요소였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아빠 샘과, 아빠보다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한 루시의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다. 7살의 지능에 머물러 있기에 더욱 직설적으로 와 닿는 샘의 순수한 사랑표현과 함께, 아빠를 사랑하는 루시의 애정이 내게 감동을 줬다. 주변 이웃들의 도움과 우정 역시 훈훈하다. 외출 공포증이 있는 옆집 애니와, 같은 지적 장애를 겪고 있는 이프티와 로버트, 그리고 비록 장애는 아니지만 자아도취적인 변호사 리타까지. 한가지씩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 힘을 보태고,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숨은 감동 포인트다.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완벽해보이지만 부족한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공존한다. 어릴 적에는 샘이 불쌍해서 울었지만,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영화 속에 감춰있던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2. 책

몇 번이고 다시 꺼내보는 책, 한 권쯤 있을 것이다. 내게는 ‘아오키 가즈오’ 작가의 ‘해피 버스데이’ 라는 책이 그랬다. ‘해피 버스데이’ 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소녀 ‘아스카’의 성장이야기이다.


해피 버스데이.jpg

아오키 가즈오-해피 버스데이


줄거리: 엄마와 가족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아스카’ 는 열한 살 생일날,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요양 치료차 머물게 된 시골의 외갓집, 아스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속에서 자연의 신비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목소리를 되찾고 학교로 돌아와, 용기 있는 행동으로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며 자신감을 갖게 되고 가족들에게도 변화의 계기를 준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아스카’의 또래 나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게 있어 1순위의 책이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어릴 적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아스카는 그런 아이들의 대변인이었다. 아스카는 사랑받으려 노력하지만 가족들에게 존재 자체를 거부당하고 만다. 그 상처를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 담아두는 모습은 어른들이 모르는, 많은 아이들의 상처받았던 경험담이다. 그래서 부모가 항상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도서를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는 것을 권장한다. ‘아이들의 문제가 사실은 어른들의 문제’ 라는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만큼, 어른들도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3. 노래



The Band Perry-If I Die Young


노래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주제가 바로 ‘사랑’이다. 사랑, 질투, 이별까지 파트도 다양하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주제는 흔치 않다. 'The Band Perry'의 ‘If I Die Young'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내용을 노래로 만들어 표현한다. 죽음 속에서 내 소중했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담히 전한다.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내가 죽을 때의 모습을 상상함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가사의 내용은 그 먹먹함을 더욱 커지게 한다. 내가 죽으면 무지개가 되어 엄마를 비출 테니 슬퍼하지 말라고, 짧은 인생이었지만 충분한 시간을 가졌노라고. 예쁘게 치장을 할 테니, 제일 좋은 옷을 입으라고. 그렇게 노래에서 이별인사를 건낸다. 이 곡은 한 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며 조용히 눈물짓게 만드는 곡이다. 그러면 노래에서 이렇게 말해 줄 것이다.

Gather up your tears, keep 'em in your pocket
Save 'em for a time when you're really gonna need 'em, oh 
당신의 눈물을 모아 주머니 속에 넣어두세요, 그것들이 정말로 필요한 때를 위해서


4. 공연

내가 눈물 글썽이며 본 공연은, 우연히 본 ‘Britain's Got Talent’ 동영상이 계기였다. 비록 직접 가서 공연을 보고 느낀 것은 아니지만, 동영상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만큼 훌륭한 무대였다. 바로 ‘Attraction’ 이라는 헝가리 그림자 연극단원들의 무대였다.



Attraction 의 그림자 연극


그림자로도 이렇게 훌륭한 연극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혁신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무대였다. 보통 그림자 연극이라 하면, 시각적인 요소가 제한되어 감동이 덜 할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림자였기에, 다른 어떤 요소들에도 현혹되지 않고 스토리와 예술성을 중점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배경음악 역시 감정을 이끌어내는 데 큰 몫을 했다. 배경 음악은 런던올림픽에서 개막식과 폐막식을 장식했던 영국의 신인, 'Emeli Sande' 의 'Read All About It(Part 3)' 라는 곡이다. 노래의 가사도 스토리와 맞물린다. 전쟁으로 인한 이별과 죽음의 내용을 다룬 스토리와 더불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전사자들에 대한 애도를 담은 듯한 가사까지. 말을 잃게 만드는 무대였다.     
 
지금까지 나의 ‘눈물샘 자극 리스트’를 봤다.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나의 환경과 경험이 내가 받는 감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 나는 남녀의 로맨스에서는 감동을 잘 받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 본 결과 내가 연애를 많이 안해봐서, 라는 씁쓸한 결과가 나왔다. 내가 겪어 보지 않은 사랑의 형태는 내게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이다. 반면 부모님의 사랑이나 우정, 죽음을 다룬 작품에서는 나도 충분히 겪어 본 감정이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세대를 뛰어넘고 감동을 주는 작품들은 언제나 명작이라고 불린다. 그 안에는 늘 감동과 공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서 명작들은, 나의 경험에 공감해주는 작품들이었다. 당신이 감동적이라고 느꼈던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 여부와 상관 없이 당신에게 명작일 것이다. 당신의 명작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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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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