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블라디미르 쿠쉬展 "쿠쉬가 보여주는 판타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 20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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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블라디미르 쿠쉬展
"쿠쉬가 보여주는 판타지"
러시아의 달리라 불리는 블라디미르 쿠쉬전은 예전부터 정말 기대하고 있던 전시였다. 마그리트 달리 등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은 어렵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볼 수 있는 즐거운 장르이다. 예전 마드리드 소피아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달리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았고 그 강렬하면서 섬세한 붓 터치와 이해할수록 난해한 내용들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를 잇는 초현실주의 작가 쿠쉬의 작품은 한마디로 달리 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강하고 섹슈얼리티적인 매력이 있는 달리와 달리 쿠쉬의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순수하고 어릴 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심미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대부분이 에디션(Prints on Canvas)이라는 사실은 조금 아쉬웠지만 단순히 화면으로만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아름다운 색채와 섬세한 표현력이 놀라웠다.
쿠쉬의 작품은 ‘사실주의 화법(Real) + 은유화법(Metaphor)’의 합성어인 ‘Metaphorical Realism’ 라고 불린다. 극도로 섬세하고 사실적인 화풍으로 현실엔 있을 수 없는 소재들을 그려내는 초현실주의 작품의 매력을 그대로 담은 화풍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쿠쉬 전은 크게 3가지 테마의 섹션으로 나누어졌다. 무의식 Unconsciousness, 욕망 Desire, 환상Fantasy 으로 나누어져 차례대로 감상하다 보면 쿠쉬의 의식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무의식 Unconsciousness
쿠쉬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순수하고 환상적인 화풍에 숨겨진 철학, 역사의 이야기이다. 작품 그 자체보다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이야기들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쿠쉬의 작품은 흥미 투성이였다. 실제로 작품의 의미를 알고 더 놀라웠던 작품들도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중해로의 하강 Descent to Mediterranean>이었다. 새하얀 다리와 나뭇잎으로 사람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이 그림엔 지중해 의 바다 즉 남쪽으로 달려가자는 의미로 독일의 분단에 대해 담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재미있는 표현으로 만 보았던 그림에 쿠쉬의 무의식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쿠쉬의 그림들은 이런 식으로 요소들에 의미를 투영하여 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욕망 Desire
욕망에서는 <붉은 지갑, Red Purse>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상품으로 있다면 사고 싶을 정도로 회화도 조각도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지갑의 여닫이 부분이 입을 맞추고 있는 연인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열정적인 붉은색으로 묘사된 와 축척의 상징인 지갑과 그 안에 가득 찬 돈들로 욕망은 사랑도 갈라놓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동화에 나올법한 로맨틱한 작품에 담겨있는 현실적이면서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작품이었다전시장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방에는 쿠쉬의 작업실을 드로잉 작품들과 함께 재현해 두었는데 쿠쉬의 섬세한 스케치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연습장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액자에 담긴 쿠쉬의 펜 스케치화는 감상 중에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담겨 있었다. 이 드로잉들을 꼼꼼히 본 뒤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법이 될 수 있다.
환상Fantasy
가장 마지막 방인 환상 섹션에서 쿠쉬의 대표 작품들을 대부분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 포스터에 나와있는 메인 작품 <바람,Wind>도 이곳 섹션에서 볼 수 있는데 파란색이 베이스인 동화 같은 이 작품의 셔츠는 쿠쉬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펄럭이는 셔츠로 불안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새 파란빛이 캔버스를 가득 채운 당시 쿠쉬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작품이었다.
이번 쿠쉬전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젊은 문인, 김경주 시인의 문학적 재해석이 돋보이는 작품 해석이었다. 특정 21점의 작품 옆에는 작품에 대한 김경주 시인의 작품 해석이 간략한 시로 담겨 있었고 이 시들은 작품 감상에 많은 도움과 새로운 감상 포인트를 주었다. 개인적으로 전시가 더욱 풍요로워진 신의 한수라고 생각된다. 단순한 내 생각 그 이상으로 그림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김경주 시인을 통해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김경주 시인의 시와 쿠쉬의 작품의 의미가 다를 수는 있지만 작품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 바로 Metaphorical Realism의 매력이고 나는 나대로 또 다른 작품 해석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잃어버린 선글라스, Forgotten sunglasses의 해석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영향으로 그린 이 작품은 헤어진 연인과의 부재, 이별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김경주 시인은 한 소년의 이야기로 재해석하여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김경주 시인의 시가 붙어 있는 작품들은 한 번 더 감상해 보면 작품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기간 2014.11.25(화) - 2015.03.12(목)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전시실,제2전시실
가격 성인(만19-64세) 15,000원 / 청소년(만13-18세) 12,000원
/ 어린이(36개월이상-12세) 10,000원시간 11:00-19:00 (3월은 11:00-20:00)
입장연령 전체관람
문의 1688-1325
[유아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