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존 상황, 인물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 [문화전반]

글 입력 2015.02.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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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삼면이 바다로 이뤄진 곳이다. 따라서 어릴 때 가족들과 종종 바닷가에서 놀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가족이 좋아하던 바닷가가 있었는데, 출렁이는 바닷물이 깨끗하고 적절한 모래와 주변에 잔디와 나무가 있어 휴식하기 참 좋은 곳이었다.


그러던 중 '깨끗하고 한적한 **바다'라는 제목으로 그 바닷가가 TV에 방송되었다. 방송되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왔고 그곳은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슈퍼, 펜션이 생기더니 파라솔, 튜브 등을 대여하는 각종 상업 단체가 생겨났다. 여름에는 사람들 인하여 쓰레기가 넘쳐 났고 시끄러워졌다. 그곳은 더 이상 깨끗하고 한적한 바다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끼던 그곳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경험을 겪자, 정말 아름답고 소중한 나의 공간을 누구에게 공개하고 알리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너무 예쁘고 좋은 곳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지만,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곳이 훼손되는 것이 싫었다.'




꽃분이네.PNG

<이미지 : 국제시장 - 포스터 >


사실 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국제 시장에 관련된 신문기사를 읽고 나서였다. 기사 내용인즉, 영화에 배경으로 나왔던 '꽃분이네'에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는 것이었다. 시장에 사람이 많은 것이 뭐가 대수냐 싶었는데, 너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여 실제로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은 구매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며, 꽃분이네 주변 상가들은 물건 판매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면서 여느 관광지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린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님아 그강을 건너지.PNG

 

<이미지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네이버 영화 >


또 다른 이야기로 작년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떠올랐다. 고 조병만, 강계열 부부의 생활을 담은 내용이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수십 년간 서로를 각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의 이야기에 저절로 미소가 띠어졌다. 본 영화를 많은 수의 관객들이 보게 되자 이와 더불어 할머니, 할머니의 집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이를 걱정한 본 영화의 진모영 감독은 '할머니를 찾아가지 말아 달라'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발표하였다. 다음은 그 편지의 일부분이다.


"저희에게는 영화가 잘 되면 잘 될수록,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더욱 더 커져가는 걱정거리가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영화의 주인공이신 강계열 할머니와 가족 분들에 대한 취재, 관심에 대한 부분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떠나신 후, 할머니께서는 비교적 건강히 '공순이'와 함께 그 집에서 지내셨습니다. 편히 모시겠다는 자녀들을 물리치시고, 76년 일생의 연인과 함께 한 그 곳에서 지내길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OOO인데요, 지금 댁에 계시지요? 찾아 뵈어도 될까요?"라는 전화를 받으시고는 울먹이시며 자녀분 댁으로 거처를 옮기셨고, 지금은 자녀분들과 편안히 잘 지내고 계십니다.

할머니께서는 몇 년 전 TV에 소개된 이후, 수시로 찾아오는 취재진을 비롯한 방문객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으셨고, 이번에도 또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십니다. 또한 할머니와 가족들 모두, 현재 상중입니다. 소상(1주기)을 갓 지났고 대상(2주기)까지 지나야 상이 끝나게 됩니다. 이렇게 아직도 상중인 집안에 찾아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 이전에도 TV프로그램에서 촬영한 적이 있고 그때에도 사람이 찾아왔었고 이번 영화 후에도 찾아오겠다는 전화가 있었다고 한다. 위의 기사들을 보고 선의의 마음으로 나의 집, 나의 이야기를 공개하신 분들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너무 걱정이 되었다.



나의 옛 기억과 두 기사를 보면서, 실제 상황 및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감상한 뒤 관객들의 올바른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같은 관객으로서, 회상하기 위해 실제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행위가 실제 그곳을 살아가는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여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사실 지극히 기본적인 생각이다. 굳이 주거침입과 같은 법적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도 그 집은 개인의 공간이다. 영화에 출연하기 이전부터 몇 십 년간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분들이다. 나만의 공간을 누군가는 관광하기 위해 계속 방문한다면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할지 꼭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국제시장의 꽃분이네와 같은 경우, 시장의 경우 관광객이나 사람들이 몰리면 본래 장사가 잘되어 좋은 일이어야 하는 데, 오히려 사람들로 인해 물건을 사지 못한 다는 것이 의아한 상태이다. 그곳을 직접 방문해보지 않아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순 없으나, 사진을 찍기 위해 너무 무리하게 줄을 서지 않거나, 주변 상인들을 생각하여 간단한 기념품을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사실... 이 부분은 어떠한 해결 방법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위의 진모영 감독처럼 다큐멘터리나 실존 배경을 대상으로 영화를 찍는 감독들의 고민은 예전에 내가 갖은 생각과 비슷할 것 같다.

 


'너무 예쁘고 좋은 곳이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지만,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곳이 훼손되는 것이 싫었다.'



아마, 감독들은

'너무 예쁘고 좋은 곳, 좋은 사람, 좋은 스토리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인해 그 사람이 피해 입는 것은 싫었다. 이지 않을까?



더 좋은 이야기, 배경이 있다면 감독은 그것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과한 관심으로 원래의 것이 상하게 된다면, 그런 장르의 작품들은 사라져 가고 제작이 꺼려질 것이다. 우리가 받은 많은 감동만큼 작품 안 사람들 또한 보호하고 아껴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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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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