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림+음악+기계=? [문화전반]

글 입력 2015.02.0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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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음악+기계=?

종합적 문화콘텐츠, 보컬로이드(VOCALOID)[문화전반]


글 - 김지현 (ART insight 서포터즈 3기)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곡을 좋아하는 가수가 불러준다면? 더 나아가 내가 만든 곡을 좋아하는 가수가 불러준다면? 환상 그 자체일 것이다. 게다가 만화 캐릭터가 부르는 것처럼 그림까지 덧입혔다. 바로 일본의 ‘보컬로이드(VOCALOID)' 이다.


보컬로이드 단체.jpg


이렇게 덕후스러운(?) 이미지로 서두를 장식하여 굉장히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할 말은 하겠다. 보컬로이드란, 야마하사(Yamaha) 가 제작한 데스크톱 뮤직 제작을 위한 음성 합성 엔진으로, 노래를 뜻하는 ‘Vocal’ 과 기계를 뜻하는 ‘Android’의 합성어이다. 보컬로이드에 음표와 가사를 입력하면 가성(歌聲)으로 변환할 수 있다. 즉, 가수를 부르지 않아도 가성을 생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노래는 실제 사람의 목소리에서 꺼낸 가성 조각을 사용하여 가성을 합성한다. 이를 이용하여 제작된 많은 작품들이 일본의 동영상 UCC 사이트인 ‘니코니코 동화’ 나 YouTube 등의 사이트에 업로드된다.


니코니코동 이미지.jpg

니코니코동 이미지


그렇다면 어떻게 노래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먼저 보컬로이드는 실제 사람 목소리에서 추출한 음성 소편을 ‘가수 라이브러리’로 데이터화하여 저장한다. 그리고 가사나 멜로디같은 음표 정보를 ‘스코에 에디터’라는 곳에 입력하고 이를 ‘합성 엔진’으로 보내면 ‘가수 라이브러리’에서 적절한 음성 소편을 골라 연결하여 출력한다. 

이렇게 말해봤자 모르는 거 안다. 별거 없다. 그냥 사람의 목소리를 컴퓨터에 저장하고 이를 악보와 결합시켜 음에 맞춰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다. 이 때 사람의 목소리에 근접하게 하기 위하여, 강약이나 비브라토, 심지어 숨소리와 같은 라이브러리를 더하여 보다 리얼함을 살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계음이 남아있어 약간의 어색함이 있다.

기술이 발전하여 예전에는 보컬로이드를 통해 보컬 파트를 녹음하여 DTM(DeskTop Music: 컴퓨터 음악을 뜻하는 일본식 영어)을 만든 것에 비해 현재는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지 않고도 컴퓨터만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보컬로이드2까지는 목소리밖에 만들 수 없어 반주와 함께 재생하려면 다른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였지만, 보컬로이드3 이후로는 반주 데이터도 동시에 재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용어 정리를 디테일하게 하자면,

1. 스코어 에디터(Score Editor)

스코어 에디터는 사용자가 입력하는 부분으로, 음표나 멜로디를 입력할 수 있다. 일본어 라이브러리는 히라가나나 가타가나, 로마자를 사용하여 가사를 입력할 수 있으며, 영어 라이브러리의 경우는 특정 영어 단어를 입력하면 내부 발음 사전에 의해 자동으로 발음 기호로 변환된다. 발음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는 단어의 경우 직접 발음 기호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2. 가성 라이브러리(Singer Library) 

야마하에서 라이센스를 받은 회사의 담당 부분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한 음성 소편을 포함한 데이터 베이스이다. 녹음 방식은 음성 공급자에게 문장이나 단어를 읽게 하는 것이다.

3. 합성 엔진(Synthesis Engine) 

스코어 에디터에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라이브러리에서 음성 소편을 골라 주파수 영역에서 피치, 음색 등을 조정하거나 연결하여 가성 합성을 한다.


미쿠 사진.jpg

보컬로이드 3세대로 제일 유명한 '하츠네 미쿠'

보컬로이드는 가장 큰 장점인 ‘누구든지 노래를 완성할 수 있다’ 는 요소를 통해 일본 음악 산업계에 큰 파동을 일으켰다. 특히 실력은 있지만 가수를 쓸 만큼의 저명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뮤지션이라도 보컬로이드를 이용해 노래를 완성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니코니코동에서 숨어있던 실력파 작곡가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었고, 좋은 곡들이 다양한 보컬로이드의 개성있는 목소리와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다양한 보컬로이드들이 부르는 'Mr. Music'


작곡가 뿐만이 아니었다. 가수를 희망하거나 취미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불러보았다’ 라는 타이틀로 보컬로이드들의 곡을 직접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마추어로 노래를 불러  니코동이나 유튜브에 투고하는 사람 중 특별히 잘 부르는 사람을 ‘우타이테’ 라고 부르게 되었다.(우타이테는 일본어로 가수라는 뜻이다)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한 보컬로이드의 곡을 다시 사람이 부른다니, 굉장히 아이러니하지만 특색있는 목소리의 우타이테들이 많아지면서 보컬로이드와는 다른 파생문화로 인기를 끌었다. 우타이테로 활동하다가 정식 가수로 데뷔한 가수들도 많아졌다.



아마추어 우타이테로 시작해 현재 가수로 데뷔한 '소년 T'의 '천성의 약함'


이처럼 보컬로이드가 유명해지면서 다양한 파생 콘텐츠들이 생성되었다. 비주류의 마니악한 문화에서 하나의 문화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반증으로 보컬로이드의 캐릭터들을 홀로그램화하여 무대를 기획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보컬로이드 캐릭터 ‘하츠네 미쿠’ 를 선두로 그 외 인기 보컬로이드 캐릭터들을 홀로그램화하여 마치 가수처럼 콘서트를 연 것이다. 가수만 홀로그램일 뿐, 악기 반주자들은 실제 인물들이었다. 특히 작년에 열린 ‘Miku Expo 2014' 일본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뉴욕 등에서 열렸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 홀로그램의 퀄리티도 굉장히 좋아 기술적인 면에서도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츠네 미쿠의 홀로그램 무대


엔터테인먼트 사업 뿐 아니라 광고업계에서도 보컬로이드가 등장했다. '하츠네 미쿠'가 구글과 도요타 코롤라의 CF에도 등장하는 등 대기업들도 주목하는 상업 아이콘 중 하나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구글 크롬 광고는 칸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할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며 보컬로이드의 프로슈머(소비자가 곧 생산자)문화를 잘 나타냈다.



구글 크롬의 광고


한국도 이런 흐름에 편승했다. 한국형 보컬로이드 ‘시유(SeeU)'를 내놓은 것이다. 시유는 VOCALOID 3세대 제품으로서 최초의 한국어 보컬로이드였고, SBS A&T에서 제작을 맡았다. 성우의 샘플(가수 라이브러리)에는 GLAM이라는 가수 그룹의 ‘김다희’ 가 참여하였고,  SBS ‘인기가요’의 GLAM 무대에서 시유의 홀로그램 무대를 같이 선보여 이슈가 됐었다. 또한 일본의 ‘니코니코동’ 처럼 ‘크리크루’ 라는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DTM 매니아층들이 약하고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인지 금방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가요대전에 GLAM과 출연한 한국형 보컬로이드 '시유'



처음 보컬로이드를 접했을 때, 나는 이 혁신적인 프로그램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만든 악보를 노래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신진 가수들과 작곡가들의 양산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저작권의 문제와 표절 논의 등 부작용들도 따르지만,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음악 종사자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게다가 보컬로이드는 애니메이션과 소프트웨어, 음악산업 세 분야에 걸쳐진 종합 문화컨텐츠이다. 그만큼 발전할 수 있는 분야들도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기반이 마련되면 좋을텐데, 애니메이션과 그 매니아층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미약한 DTM 팬덤으로 인해 보컬로이드의 확산이 실패한 것은 무척 유감스럽다. 

한편으로는 일본만의 특성을 한국에 접목시키는 것보다 한국만의 아마추어 음악산업 기반을 다지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부정적인 면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 정서의 문화를 수용하기보다, 한국의 정서에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본처럼 아마추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바탕이 형성된다면, 한국 음악산업이 보다 풍부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보컬로이드의 탄생부터 종류까지 총정리해놓은 영상












아트인사이트




서포터즈3기-김지현님-태그2.png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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