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커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 태양의 서커스와 국내의 서커스 예술교육[공연예술]

글 입력 2015.02.0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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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의 눈부신 성공과 국내의 서커스 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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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몬트리올 길거리에서 불을 뿜고 저글링을 하던 곡예사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e)는 현재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갑부가 되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최근 발간한 도서 <초일류 브랜드 100>에서 세계적 기업 애플, 구글 등과 함께 초일류 브랜드로 선정되어 소개되었고, 지난 2004년에는 인터브랜드가 시행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조사에서 22위로 선정됐다. 캐나다의 퀘백주에서 직원 73명으로 시작한 거리의 행위 퍼포먼스가들이 어떻게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서커스공연을 만들어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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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서커스에 대한 역발상이었다. 기존 서커스와 달리 스타 곡예사와 동물을 배제하여 원가를 낮추었다. 또한 기존 서커스가 어린아이들이 주 고객층이어서 중저가로 가격을 설정하는 대신 관람객에게 부가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태양의 서커스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초고가 가격을 책정하고 공연티켓 판매위주로 매출을 올리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또한 태양의 서커스는 다양한 테마로 연결된 복수의 서커스를 연중 계속해서 공연하며 공연장 또한 안락한 좌석과 더불어 편의시설이 있는 고급 문화공연장으로 디자인 해 태양의 서커스가 고급문화 공연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었다. 

대부분의 기존 서커스 공연이 주로 자국에 거주하는 소수의 곡예사들을 활용하는 반면, 태양의 서커스는 50개국 이상에서 선발된 1300여 명의 곡예사들이 참여한다.태양의 서커스는 실내체조, 기예,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자들을 곡예사로 선발하되,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새로운 공연을 창조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서 태양의 서커스는 곡예사에게 특정 테마를 요구하는 대신, 표현 및 연출에 관해서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최고의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서 원하는 경우에는 해당 전문가의 모든 가족들을 캐나다나 제3국으로 이주시킬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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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태양의 서커스는 곡예사들의 기량에 철저한 예술적 가치를 결합시켰다. 다양한 테마를 표현하기 위해서 태양의 서커스만의 고유 음악, 춤, 무대장치를 통합하여 모든 공연을 서로 다른 예술적 드라마로 승화시켰다.

창립자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e) 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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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법무부의 승인을 받고 <게르니카>를 그리지는 않았다” 라는 말로 유명하다. 그는 곡예인 신분이 말해주듯 구속받지 않는 ‘자유’와 ‘크리에이티브’를 강조한다. 1959년 퀘벡 주에서 태어난 그는 아코디언 연주를 하며, 죽마를 타고, 불을 뿜는 묘기를 선보이는 등 거리 공연에서 창의적인 발상으로 세계적인 서커스를 생각해내었다. 

그는 길거리 축제에서 발굴한 공연자들을 훈련시켜 1984년에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었다. 경험 부족임에도 금융단체를 설득했고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해냈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의의는 서커스에 화려한 디자인을 접목시켜 새로운 차원의 공연을 만든 것이다. 그는 위대한 몬트리얼인, 퀘벡 주 정부 훈장, 캐나다 국가 훈장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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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스테르> <주매니티> <오> <카> <러브> 5개 공연이 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채 메이저 호텔에서 공연 중이다. <미스테르>는 1993년 이래 15년간 쉬지 않고 공연해왔으며, 비틀스 음악을 테마로 한 <러브>는 해체 후 한 번도 모인 적 없던 비틀스 멤버와 그 가족들을 한자리로 불러 모으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제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에 도박이 아닌 태양의 서커스를 보러 간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오>1998년부터 공연해오고 있는 <오>는 물로 가득 채워진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물 속에 잠겨 있던 무대가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수면 위로 솟아오르고 잠기면서 무대는 호수가 되고 때로는 평평한 바닥이 된다. 서커스와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을 결합한 이 작품은 서커스의 한계에 도전했다는 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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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의 창립자 기 랄리베르테는 직원들이 정장에 넥타이를 입고 출근하면 가차 없이 넥타이를 가위로 잘라버린다. 왜냐하면 감고 조이는 넥타이에서 어떻게 크리에이티브한 사고를 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의 집무실 한쪽에 잘려진 넥타이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해마다 신입 사원을 모아놓고 매스게임을 하며 일사불란한 단결력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대기업 풍토와 사뭇 대조된다.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름으로 인해서 생기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퓨전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글로벌 상식에 정확히 따르고 있다. 또한 배우의 분장을 담당하는 분장사가 없어 모든 배우는 화장을 직접 해야 한다. 스스로를 아름답게 할 수 없는 배우는 크리에티브한 발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태양의 서커스는 항상 오지지널리티를 추구한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상설과 순회의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뮤지컬과 달리 절대로 라이선스를 주는 법이 없다. 즉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보고 싶으면 상설공연이 열리는 곳으로 직접 가든가, 투어 공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까 기회가 있을 때 그때 그 장소에서만 볼 수 있다.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던 서커스를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바꿔놓은 것은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다. 태양의 서커스가 이 시대 최고의 문화 상품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 꿈같은 기적이 단 한 사람의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면 과장일 수 있으나,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모든 직원들이 자연스레 따라주었을 정도로 자유를 솔선수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위대한 디자인이란 결국 누가 빨리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그것을 전파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태양의 서커스


직원 수 3000명 이상(900명은 연기자, 300명은 의상 디자이너, 1600명은 몬트리올 본사 직원)

평균 연령 35세 

국적.언어 40개국 이상, 25개 언어

순회 도시 100 여개 도시(누적)

관람 객수 5000만 명(누적)

공연 종류 순회 공연, 상설 공연, 원형경기장 쇼

수상 경력 에미(Emmy), 드라마 데스크(Drama Desk), 밤비(Bambi), 에이스(Ace), 제미니(Gemini), 로즈 도르 드 몽트뢰(Rose d’Or de Montreux) 등


한국에서 서커스는 지금 과거의 전통이 끊기고 새로운 시대가 도착하기 전의 공백 상태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커스라 하면 많은 이들이 동춘서커스나 사양산업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동춘서커스는 서해안 제부도에 전용 천막극장이 있고 스물 전후의 젊은 남녀 단원들이 고난도의 기예를 보여주며 꾸준히 관객을 동원하고 있지만 공연 내용은 ‘북경 서커스’이고 실제로 기술과 인력 대부분이 중국에서 온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것처럼 서커스도 공연의 장르로서 포괄적인 예술을 포함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보다 서커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작년 10월에는 서울시의 서울문화재단에서 스웨덴의 세계적인 서커스 예술공연 및 교육단체로서 지난 20년간 컨템포러리 서커스예술과 그 가치들을 전세계에 전파시키고 있는 서커스 시르쾨르단체를 초빙하여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컨템포러리 서커스를 경험하고, 예술교육 방법론으로서 서커스 예술에 접근한 시도였다. 또한 올해에는 서울문화재단이 용도 폐기된 구의동 취수장을 거리예술센터로 리모델링해 올 봄에 문을 연다. 서커스는 그동안 공적 지원 영역의 바깥에 있었는데 구의취수장 거리예술창작센터를 비롯해 서커스예술이 자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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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프랑스나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에서 배워오는 단계이지만 한국은 진도가 빠른 사회이고 영화나 대중음악이 그랬듯 서커스예술 역시 선생들을 금방 따라잡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레그스 온 더 월’(legs on the wall)이라는 서커스예술 극단이 3년 전부터 사물놀이에 흥미를 느껴 우리 예술가들과 함께 ‘사물놀이 서커스’ 작업을 진행해왔고 올해 구의취수장 개관 이벤트나 거리축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구의취수장의 서커스예술 진행은 지역주민들이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커스 예술교육을 시작으로 해 점차 범 국민적으로 예술의 또 하나의 장르로 복합적인 서커스가 보편화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고정관념이 생기면 예술과의 괴리가 생기는 법이다. 기존에 사로잡혀있던 생각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서커스를 통한 새로운 한국형 컨템퍼러리로 가는 길은 아마 우리 상상력의 갈래만큼 다양할 것이다.


참고자료 :  디자인하우스 (2008년 2월호)

               매일일보 [창조경영] `공식 파괴술사` 태양의 서커스

               중앙일보 글로벌 영웅 시리즈 〈40> 태양의 서커스 창업자 기 랄리베르테르

               한겨레 오피니언 [기고] 서커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박효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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