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나를 찾아줘] - 어두움으로 얽힌 우리의 이야기[시각예술]

글 입력 2015.01.3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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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 없고, 밖으로 혼자 나들이하기엔 너무 추웠던 이번 주말.

따분한 일요일 오후가 아쉬워 생각없이 꺼내든 이 영화는 상상 이상으로 나에게 커다란 재미를 주었다. 재미라 표현하기엔 무언가 부족할 정도로 복잡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딱히 어마어마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는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하나하나 짜임새 풀어나가는 그 구성이 정교해서 마음에 쏙 들었던 작품이었다.

 나에게 이 영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반전이나 스토리 자체의 흥미성이 아니었다. 
바로 등장인물들 누구하나도 무조건적인 선악의 이분법적 캐릭터로 나뉘지 않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어두운, 인간의 추악한 면들을 스토리 속에서 표출하는 그 구성이 예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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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유명한 작가로 승승장구하는 아내 에이미와 그의 남편 닉의 행복한 결혼생활로 시작한다. 그러나 어느 날 아내 에이미가 실종되고, 그녀를 찾기위해 언론과 경찰이 개입하면서 온 나라가 그녀의 행방에 관심을 갖게 된다. 결혼 5주년 선물로 에이미가 준비한 '보물찾기'를 통해 그녀를 찾으려던 닉은 보물로 숨겨둔 쪽지를 하나씩 찾아갈 수록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 이후 경찰의 조사와 발견되는 '보물'들은 정황상 차차 닉을 범인으로 몰아가고 이를 인정할 수 없는 닉은 그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1.닉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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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초반부터 닉은 졸지에 아내를 잃은 불쌍한 남편으로, 그리고 에이미의 계략에 언론에게 살인자로 낙인 찍히는 불쌍한 희생자로 비추어진다. 그는 영화 후반부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그의 젊은 애인이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오직 하나뿐인 아내를 잃은 남편이었지만, 애인의 등장 이후 펼쳐지는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은 그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다.

 아내를 잃은 닉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아왔을 것이다. 딱히 아내를 살해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침착한 그의 태도나 부정적인 감정조차 내비치지 않는 그의 모습은 무엇인가 묘한 이질감을 들게한다. 불행한 결혼생활의 씨앗이 된 그의 태도는 이 이질감의 이유이기도 하다. 자존심 강하고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하는 자상한 아내가 되고자하는 에이미에게 닉은 냉담했고, 그녀의 자존감과 배려, 여자로써의 삶 모두를 부정했다. 아이를 만들어 그러한 관계를 회복하려는 그녀의 노력 역시 무시하고 새로운 어린 애인를 만들어 밖으로 돌게되며 걷잡을 수 없이 불행한 결혼생활로 치닫게 된다. 이렇게 아내에 대한 관심도, 사랑도 없던 닉에게 에이미의 실종은 어느 날 갑작스레 일어난 해프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결국 그는 실질적인 죄가 없을지라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무고한 희생자가 아니라, 여자로써 사랑받고자하는 에이미의 자존심을 살해한 가해자였던 것이다.


2.언론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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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처음과 끝, 에이미의 실종과 함께 꾸준히 함께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언론은 에이미의 실종 당시 닉을 아내의 실종으로 인해 슬픔에 잠긴 남편으로 취재하는 한편, 잘못된 사실을 수집하여 그를 불손하고 진지하지 못한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그가 살인 용의자로 몰렸을 때에는 그를 친여동생과 근친으로 몰기도 하고, 아내의 수색본부에서 다른 여자와 사진을 찍는 몰지각한 사람으로 몰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토크쇼에 출연해 외도사실을 인정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에는 그에게 긍정정인 방향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주인공의 입장이 아닌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진실된 정보보다 오히려 왜곡된 정보가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으며, 이에 따라 대중의 반응은 너무나도 쉽게 바뀌곤 했다.

대중은 언론에서 가십거리가 될 만한 부정적인 정보에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곤 했는데, 이것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도 같았다. 정치에서나 연예면에서나 가십거리가 풍부한 곳에서는, 인터넷이나 티비 등 많은 대중들이 거짓된 정보에 휩쓸리는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진실을 추구하지만 오히려 멀어지는 모순을 만든다. 이것이 언론과 대중의 암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친구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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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미에게 이용당하고 버림 받았으면서도 그녀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도와준 데시. 데시는 영화 중에서도 이용당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닉을 외면하고 에이미의 편에 섰으며,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에이미를 보호해주면서도 그녀의 몸이나 재산을 탐하지 않는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강박적이다. 에이미가 교활하고 그의 강박적인 면을 이용하지 못할만할 성격이었다면, 데시는 분명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험한 인물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이었지만 상대를 소유하고자 했던 사랑은, 비록 그 상대가 에이미었기에 그 위험함이 성장하기도 전에 꺾였지만,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다치게 하는 위험한 집착이 되었을 것이다.
데시는 상냥하고 한사람만을 바라보는 로맨틱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집착은 상대를 소유하고자하는 욕망에서 기인한 암적인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



4.에이미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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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자 원인이 되는 에이미의 가면에 대해 알아보자. 에이미는 자존심 강하고 능력 있으며, 남편과의 원활한 관계를 원하는 배려심 깊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의 주변 사람의 반응은 무언가 이상하다. 닉의 여동생, 그녀의 이웃을 비롯하여 에이미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주부를 빼고는 모두 그녀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지는 않는다. 딱히 친하다고 나서는 사람 역시 없다. 관객이 볼 수 없었던 에이미의 묘한 이야기가 극중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관객은 이 곳에서 그녀의 암적인 면모를 알아챌 수 있어야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 이외에는 어떠한 관계도 허용하지 않는다. 맺어진 관계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조종하며, 실컷 이용하고 난 다음에는 어떠한 접근도 허용될 수 없도록 잘라버리고 만다. 그녀에게 '애정'이나 '친밀감'의 감정은 없다. 은혜를 입은 후의 '감사' 역시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다.
나는 에이미가 치밀하게 닉을 살인 용의자로 몰아가기 위해 차근차근 계획해간 모든 것에 놀랍기도 했지만, 그 계획에 필요한 것이라면 자신의 피를 뽑아내고 상처를 내는 등의 가학적인 행위도 서슴치 않는 그 면밀함, 강간당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남을 유혹하여 자신의 몸을 이용하는 등의 모습에서 비정상적이도록 메마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처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을 긋고 피를 뒤집어쓰는 살해행위 이후에도 느껴지지 않는 당황, 두려움, 죄책감들은 그녀가 세간에서 흔히 일컫는 싸이코패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닉에게 돌아온 그녀는 행복한 결혼생활로의 회귀를 바라고 돌아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남편에 대한 통제권이 자신의 것임을, 그리고 그것을 벗어날 시에 일어날 일은 장담할 수 없다는 협박을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과 여생을 함께해야하는 남편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결국 그녀에게 닉은 사랑하는 남편이 아니라 일반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싸이코패스적 기질을 알면서도 진실을 묵인해야 하는 닉은 너무나도 완벽한 상대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남편에게 자신이 원하는 남편의 역할을 해낼 것을 요구하고, 처음과 마지막에 에이미가 침대에 누워 속삭이는 말은 비로소 우리에게 소름끼치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나는 영화에 그렇게 깐깐하지도, 관대하지도 않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정말 재밌게,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었던 영화라고 자부한다. 인간의 어두운 면들이 얽혀서 이와 같은 스토리를 짜냈지만, 이 이야기는 결코 우리와 먼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이웃, 어쩌면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두운 면은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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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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