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SIMF 살바토레 아카르도 바이올린 독주회 - 파가니니를 만나다.

글 입력 2014.05.2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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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적 기교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린 이탈리아의 파가니니. 그가 작곡한 24개의 카프리스는 연주시간이 3분 내외로 짧은 곡이지만 그 안에는 하모닉스, 중음주법, 왼손 피치카토, 트릴 등 바이올린으로 부릴 수 있는 기교란 기교는 다 들어가 있어 한 곡만 연주해도 손이 뻐근하게 만드는 전문 연주가들에게 있어서도 부담스러운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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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를 무려 데뷔 무대에 연주한 연주자가 있다. 이 바이올리니스트는 실제 파가니니가 사용했던 바이올린 캐논을 연주하여 파가니니 카프리스와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을 녹음한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름을 알리며 명실상부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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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의 재래라고 불리는 이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지난 51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바이올린 독주회를 가졌다. 마침 영화관에서는 파가니니의 삶을 다룬 영화가 상영 중에 있었고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00주년이 기념으로 이탈리아의 음악가들이 대거 한국으로 내한공연을 오는 등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연주회를 열기에는 시기상으로는 정말이지 완벽했다.
 
이것에 부응하듯 이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그의 공연을 보러 온 많은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파가니니의 재래라고 불리는 사람은 어떤 연주를 할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공연 시간이 되고 무대 위에 등장한 그의 모습은 어쩐지 조금 왜소해보였다. 브람스 F.A.E.소나타 스케르초로 1부의 문을 열은 아카르도.
 
음정은 불안정했고 자잘한 실수가 이어졌다. 기교를 요하는 몇몇 부분에서의 연주는 인상적이었지만 강력한 한방이 없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발이 묶여버린 새가 떠올랐다. 건강하고 활발한 한 마리에 새가 쉼 없이 날개 짓을 하지만 발이 줄에 묶여 그 자리만 맴도는 것 같았다. 날이 서있지 않은 그의 바이올린 음색은 둔탁하게 들렸고 소리가 공중 위로 떠오르다 이내 가라앉는듯 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한 거장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새의 발을 묶고 있었던 줄은 2부의 첫 곡인 생상스 서주와 론도의 카프리치오소가 후반부에서 끊어졌다. 엄청난 기교를 자랑하며 쉴새 없이 보잉으로 격정적이게 몰아치는 부분에서 그전까지 그를 잡고 있었던 줄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튀어 날아올랐다. 그의 보잉은 너무나 유연하고 부드러웠으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손의 움직임은 나이를 잊은 듯 보였다. 화려한 기교와 빠른 손놀림에 두 눈을 의심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자 왜 그가 파가니니의 재래라고 불리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꽁꽁 묶고 있던 줄로부터 벗어나 더 높고 더 빠르게 비상하는 새처럼 그는 뒤이어 연주한 블로흐의 바알 셈 하시디즘 삶의 세 장면중 즉흥곡과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던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 연주 역시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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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도 수차례의 커튼콜이 이어졌고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그의 연주의 매료된 것처럼 보였고 공연 후에도 예술의 전당 음악당 로비에 길게 늘어진 사인회 줄은 단 한곡의 연주만으로도 관객을 열광시키며 오빠 부대를 이끌었던 18세기 유럽, 파가니니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심우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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