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문학]

글 입력 2015.01.22 21: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aladin_co_kr_20110525_130312.jpg


박민규 저
한겨레출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삼미슈퍼스타즈1982, 프로야구의 출범과 함께 탄생한 인천을 연고지로 한 구단이었다. 그러나 슈퍼맨을 마스코트로한 슈퍼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삼미는 1983년을 제외하고 1985년 매각되기까지 화려한 꼴찌의 기록을 갱신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였다. 주인공 는 인천의 중학생으로 친구 조성훈과 함께 1982년 삼미가 창단되었을 때 삼미슈퍼스타즈의 첫 번째 어린이 팬클럽 회원이 된다.

 

삼미의 계속되는 꼴찌 기록과 그에 대한 세상의 비웃음은 어린 주인공에게 상처를 남기고, 삼미의 고별전을 보고 온 날 주인공은 왜 삼미가 세상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는 그 이유를 프로가 지배하는 세상의 소속때문이라고 말하며, 이어서 인간의 삶 역시 그와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평범한 야구 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팀이 프로야구라는-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며, 물론 정식 명칭은 프로페셔널인 세계에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이 평범한 인생을 산다면, 그것이 비록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인생이라 해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p.126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p.130

 

 

주인공은 이와 같은 진리를 깨닫고, 삼미와 같은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하며 살게 된다. 그 결과 일류대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 좋은 소속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주인공의 인생은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주인공에게 친구 조성훈이 다시 찾아와 삼미슈퍼스타즈와 같은 인생을 살 것을 이야기하며 주인공의 삶은 다시 한 번 변화한다.

 

가벼운 문체 뒤에 씁쓸한 현실이, 그리고 어느새 가슴깊이 감동이 전해지는 소설이다. 삼미의 화려한 꼴찌 기록을 보면서 삼미와 그 팬클럽을 안쓰러워하다가, 사실 그 삼미의 모습이 프로의 세계에서 도태되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닮았음을 깨닫고 가슴이 서늘했다. 주인공의 깨달음처럼, 삼미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친 듯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이제껏 삼미처럼 되지 않으려고 수없이 발버둥을 치며 살아왔다. 좋은 소속에 속하기 위해서. 주인공이 좋은 소속에 속하고서도 행복할 수 없었던 모습을 보면서 입맛이 썼다. 오직 좋은 소속에 속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을 진정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단지, 하나의 소속에서 더 높은 소속으로 이동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뿐인 건 아닐까.

 

우리는 모두 삼미처럼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삼미는 진짜로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삼미는 다만 치열한 경쟁만으로 돌아가는 프로의 세계에서 사라진 것일 뿐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다시 세상에 나왔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소속을 옮겨가는 것을 거부하는, ‘진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탄생시키며 삼미와 같은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

 

삼미와 같은 삶은 자본주의의 적이다. 그것은 너무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다.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포기하는. 최근의 자본주의는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과거의 자본주의의 모습과 달리 열정을 가지고 대가를 바라지 말고 노력하라는 좀 더 뻔뻔한 모습으로 변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지는 것이 확실히 보장되어 있지 않다면, 차라리 덜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프로의 세계에서 사라져도 진짜로 죽는 것은 아니다. 프로가 아닌 세계에서 오히려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나는 아직 프로의 세계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이 두렵다. 완전하게 삼미와 같은 삶을 살기에는 이미 프로 세계의 신화에 질리도록 세뇌된 탓이다. 하지만 나는 프로의 세계에서 사라졌으나 프로 세계의 밖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나의 일상을 더욱 소중하게 다룰 것이다. 나의 일상을 프로의 세계에, 자본주의의 세계에 팔아버리는 것을 거부하면 내 시간은 내 것이 된다. 나의 세계는 온전히 로 이루어질 것이다. 30년전 비웃음 속에 프로 세계에서 사라진 삼미슈퍼스타즈는 그 마지막 팬클럽 회원들에게 남아 아름다운 야구와 아름다운 인생을 즐기며, 프로의 세계에 통쾌하게 복수하며 길이 남을 것이다.

 

인생은 결국, 결코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이-

거듭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몇 가지의 간단한 항목으로 요약되고 정리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그래서 아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실은 그래서 기적이다.

p.199

 

 

 

 

[유윤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