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나'에 대한 의문-영화 스토커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1.18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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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2013.02.28 개봉
스토커



'나'에 대한 의문

  누군가 ‘나’에 대해 물었다. 무엇을 좋아하세요? 어떤 것을 잘하나요? 싫어하는 것은 뭔가요? 해가 바뀔수록 분명해지는 것들이다. 그러나 추상적인 질문이라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분류를 세분화 해보자. 음식은 어떤 종류를 좋아하세요? 어떤 책을 보시나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봤으면 한다. 언제부터 좋아했나요? 왜 싫어해요? 왜 그런 생각을 가졌나요?
  영화 <스토커>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나’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 단계를 거쳐 왜라는 최종질문까지 도달한다.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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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인공 인디아 스토커는 생일을 맞이한다. 매년 생일 선물은 운동화. 누군가 자로 잰 듯이 인디아의 발에 딱 맞는다. 그러나 수신자를 알 수 없다. 항상 다른 장소에 숨겨져 있는 선물을 찾기 위해 인디아는 곳곳을 돌아다닌다. 가정도우미의 힌트를 얻어 그녀는 밖으로 뛰어간다. 높은 나무 위에 놓여있는 상자. 그녀는 아버지인 리차드 스토커가 준비한 선물로 여긴다. 돌아가셨지만 의심해 볼 필요도 없이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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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말을 섞지 않는다. 자연스레 친구가 생기지 않았다. 조용히 학교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패턴이다. 친구들 사이에선 그녀에게 말을 걸어 목소리를 들으면 영웅자로 칭송받는다. 친구들은 질문을 던진다. 왜 인디아는 말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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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의 어머니는 이블린 에비 스토커로 부유한 미망인이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삼촌 찰리 스토커와 첫 만남부터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이블린에게 찰리는 남편 이외의 첫 남자이고, 찰리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찰리는 인디아만을 찾는다. 그는 인디아가 자신과 동일한 인격체를 지닌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오히려 이블린을 멀리한다. 찰리는 인디아가 빨리 성인이 되길 원한다. 그는 인디아에게 성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그런데 왜 찰리는 인디아에게 집착하는 걸까? 한 번도 그녀를 본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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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를 알기 위해선 과거를 알아야 한다. 인디아의 아버지는 왜 죽었으며, 찰리는 왜 정신병원을 가게 되었을까. 시간을 한참 돌려본다. 모래사장에서 찰리(8), 리차드(17), 조나단(2)이 놀고 있다. 리차드가 자리를 비우고 조나단이 사라졌다. 리차드는 의심한다. 자신의 동생 찰리가 조나단을 죽이진 않았겠지. 찰리가 놀았던 모래를 아래로 계속판다. 조나단은 그곳에 있었다. 그날 이후 가족들은 찰리를 무서워하기 시작한다.
  인디아는 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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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론 나쁜 일을 해야, 더 나쁜 일을 안 하게 된단다. 리차드는 인디아에게 사냥법을 가르쳐준다. 이블린은 인디아가 사냥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려워하고 딸이 변하길 바란다. 그러나 인디아는 사냥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리차드와의 사냥을 즐겨한다. 그녀가 사냥을 통해 깨달은 것은 말을 하지 않는 것. 숨을 죽여야 목표를 겨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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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차드는 정신병원에서 찰리를 데려온다.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두려움 마음이 존재한다. 겉모습의 찰리는 완쾌되어 보인다. 그러나 리차드는 의심을 지우지 못한다. 찰리가 말한다. 형의 딸 인디아를 보고 싶다. 그 아이는 나와 똑같다. 리차드는 자신의 딸을 죽일까봐 걱정한다. 결국, 찰리가 리차드를 죽인다. 기다림의 미학을 추구하던 리차드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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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는 아버지를 대신해 삼촌과 사냥을 시작한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자신의 남자친구, 고모, 가정부 등 인디아에게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치운다. 인디아는 찰리의 사냥법을 터득한다. 찰리는 인디아가 성년이 되길 원한다. 자신과 함께 더 넓은 곳에서 사냥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삼촌을 통해 인디아는 성(性)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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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는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선물 받는다. 성년. 찰리는 들떠한다. 이블린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블린은 자신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그러나 인디아가 총을 들고 찰리를 향해 쏜다. 찰리는 의아해한다. 왜. 나를 죽여. 인디아는 때를 기다린 것이다. 리차드가 가르쳐줬던 사냥법을. 이블린은 딸의 모습을 두려워한다. 그녀는 사냥꾼 집안의 피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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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는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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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는 걸 듣고, 작거나 멀어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어요. 이 능력은 평생 소망하던 것의 결실이죠. 소망이 받아들여져 이루어진 거예요.
  바람 때문에 내 치마가 펄럭이는 것 같이 나는 온전히 나로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저도 지금 엄마의 블라우스 위에 아빠의 벨트, 삼촌이 사준 구두를 신고 있죠.
  이게 나예요.
  꽃이 자신의 색을 선택할 수 없듯이, 우리가 무엇이 되든 우리 책임이 아니에요. 이 사실을 깨달아야 자유로워지죠. 어른이 된다는 건 자유로워진다는 거예요. 



  ‘나’는 드디어 인디아를 마주하게 됐다. 영화가 인디아의 소개를 조각으로 나눠나서 다행이었다. ‘왜’라는 질문을 거듭해서 인디아에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디아는 영화가 끝날 무렵에서야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 영화 초반부터 인디아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언급됐다. 영화는 인디아가 왜 인디아로 완성됐는지 살펴보라는 의미를 던져준 것이었다.
  반대로 ‘나’는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과거로 돌아가 주변을 살펴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인디아처럼 선택을 취합할 수 있는 기다림과 거름망이 필요해졌다. 누구의 것을 선택하고 버리는, ‘자신화’로 만드는 과정. 
  인디아는 가족의 것을 모두 받아들였다. 불완전했던 자신을 완전체로 만들었다. 사냥꾼. 이건 인디아의 선택인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타인이 물었다. ‘나’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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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자신의 색을 선택할 수 없듯이, 우리가 무엇이 되든 우리 책임이 아니에요‘
  본질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디아는 본질을 따랐고 그렇게 되길 원했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본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변화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다시 질문을 한다. ‘나’는 정말로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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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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