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유롭기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하는 인간에 대해서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1.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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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할 화가는
스위스의 실존주의 화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이다.

자코메티의 작품은
선적으로 너무나 단순하며,

색채나 배경, 인물의 표정도 읽을 수 없어

어떻게 보면 메마르고 딱딱하기만 한 조각으로 보일 수 있다.


나 역시 일전에 어떤 책에서 무심코 훑어갔던 조각작품이었으나,
자코메티의 작품에 토대가 되었던
실존주의 사상에 매료된 이후로는

그의 새로운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반가워
어느새 그의 온전한 팬이 되어있었다.


내가 너무나 강렬한 감명을 받았던 실존주의 철학.
무신론적 사상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에 대해 고찰하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
신은 없다.
따라서 인간은 상황에 따라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며
선택에 대한 책임은 신이 아닌 온전히 그들의 몫이기 때문에
인간의 삶은 언제나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




2.PNG


알베트로 자코메티,<커다란 여인>


자코메티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색채가 들어가지 않은 몸체,
마치 부식된 듯 고르지 않은 재질,
비정상적으로 가느다랗고 긴 신체,
그리고 그러한 몸체를 받치는 두꺼운 받침돌이다.


이 작품을 보았을 때,
'여인'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작품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감정이 실존주의의 핵심인'불안함'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인이 온몸으로 물씬 풍기고 있으니 말이다.

자코메티는 이렇게 언뜻 무미건조한 조각상에
실존주의 사상을 고루 심어놓음으로써
굳이 사상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조각상에서 풍겨나오는 '불안'을 전할 수 있었다.

<커다란 여인>에서 여인은
마치 떨고 있는 듯, 경직된 자세를 취하며
가녀리고 긴 팔다리를 통해 온몸으로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녀의 발이 단단이 뿌리내린듯한 커다란 주춧돌은,
가녀린 몸에 비해 너무나도 무거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자코메티는 이를 통해,
인간은 삶을 사는 평생에 책임에 의한
불안에 떨어야하며,
이는 그 삶이 끝나기 이전까지 벗어날 수 없음을 표현했다.

캡처.PNG


알베르토 자코메티,<도시의 광장>



이 작품 역시 인간의 필연적 고독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두터운 주춧돌 위의 가녀린 인간상들은,
누구하나 마주보는 방향없이 제각기 얼굴을 빗겨 대고 있다.

실존주의에서 '타인'이란
인간의 삶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선택의 기로를 자아내는 요소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요소는 그저 변수일 뿐, 결국 선택하는 것은 본인이므로,
타인과 섞여있는 사회에서도 인간은 고독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실존주의적 인간상이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지못해
언제나 두려움에 떠는 수동적인 인간상일까?

어쩌면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
선택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갖고
건실하게 살아나가는 삶이 옳은게 아닐까? 


그러나 인간이 '불안'한 이유는
그 자신이 신이나 다른 의지에 속박당하지 않는
'자유로움'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자유롭기 때문에 사람은 불안에 떨지만,
신에게 의탁하는 인간에게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나는 이 부분에서 실존주의라는 철학에 매료되고 말았다.
인간은 선택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에 떨고마는 수동적인 인간상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자유를 고수하며
불안에 떨면서도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모든 것을 선택하는 진취적인 인간인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신은 있다.
나는 너무나 유약하고 부족한 인간임을 알기 때문에
신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버팀목이 되어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고,
시비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자유를 지키고자하는 실존주의적 인간상은

나에게 너무나 닮고 싶은 동경이며
배워야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수많은 생각을 거치고 거쳐
나에게 온 자코메티의 작품은,
책 한 귀퉁이에 위치한 가녀리고 투박한 작품이 아닌

조금 흔들리고 두려워도,
꿋꿋하게 우뚝 선 인간의 자화상으로 다가온다.

[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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