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설명해주세요.

글 입력 2015.01.11 12:5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캡처.JPG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사랑을 설명해주세요>

  사랑이 주제인 책들은 지루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한다. 하나는, 사랑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의 하나로서 대중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과거나 현재에 사랑을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복잡함’이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공식을 지닌, 어떻게 보면 공식이 없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복잡함을 상세히 책에 서술한다. 다소 철학적인 개념이 나와 머리를 한 번 헤집어 놓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랑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또는 그녀를 만난 것이 우연이라 말한다. 이 책에서도 역시 ‘나’라는 남자와 ‘클로이’라는 여자가 비행기 안 옆 좌석을 앉게 되는, 운명적인 만남을 피력한다. 그리고 ‘나’는 운명적인 만남을 구체적으로 입증시킨다. 마치, 우연이 운명이 된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시간의 타이밍과 스쳐지나갔던 날들을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입증한다.

  그러나 나의 입장은 다르다. 연인은 타인과 타인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이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서로의 발견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이루어진 것이라 여긴다. 물론, 분명히 타인(=후에 연인이 될)과의 만남이 신기할 수는 있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이 시간에 그 또는 그녀를 만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과 동시에 신기함 그리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연을 가장한 운명도 아닌, 그저 타인과의 만남을 특별히 여기는 발견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와 그녀는 왜 사랑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왜 운명론을 거론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서로의 공통적인 부분이 있었기에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와 그녀는 서로의 공통적인 부분을 찾으면서 결국, 사랑을 느낀 것이다. 이때, 서로의 공통적인 부분이 많아질수록 사랑의 감정도 훨씬 커질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나’와 ‘클로이’는 빠른 속도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또는 그녀의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다. 이 책의 ‘나’는 주말만 되면 우울증에 빠지고 그녀는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하락시키는 습관이 있다. 이들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 그녀는 서로를 이해하며 감싸주고 극복해 나간다. 이렇게 하나둘씩 그 또는 그녀와의 추억으로 빈 공간이 꽉 채워져 간다.

  그러나 사랑은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분명히 ‘나’를 사랑했지만 현재,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이 사실을 부정하듯이 그녀를 만나면서 생긴 습관들을 한정된 시간 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한정의 의미는 ‘나’가 느끼는, 그녀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헤어진다. 클로이가 ‘나’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의 직장동료인 윌과 하룻밤을 보내고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나’의 심경변화이다. 
  헤어진 후 초기의 ‘나’는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녀보다 ‘나’가 그녀를 끝까지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왜 헤어졌는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자신의 결함을 찾기 시작한다. 이 증상이 심화되어 약을 먹고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하나의 쇼를 보여주는 상황까지 초래한다. 나에게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사랑한 연인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이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그리곤 사랑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예수의 도덕성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그는 예수처럼(사랑의)희생자가 되었지만 그녀보다 한층 더 도덕성이 높은 위치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가 그녀의 추억을 지우면서 그녀를 자신보다 한층 아래 위치해 있는 ‘악’으로 여기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사랑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가 거듭된다. 그녀와의 추억은 기억과 역사로 남게 되고 다른 습관을 지닌 ‘나’가 탄생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고 한다. 아이러니. ‘그’는 사랑을 멀리했지만 다시 사랑을 찾는다.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된다. 

  ‘그’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치밀한 생각과 고찰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하나의 지침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여긴다. 사랑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지만, 그 과정은 놀랍고 어려우면서도 결과가 예측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그 또는 그녀에게 집중하고 맞춰가며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어긋난다면 어긋나는 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랑을 준비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한다. 
[윤수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