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Review: 문라이즈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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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흘러나오고, 여주인공 수지가 망원경으로 창밖을 멀리 내다보면서 <문라이즈 킹덤>의 오프닝 타이틀이 오른다. 소녀답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의 어린 수지가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집안의 문제아인 외로운 소녀 수지가 그녀의 환상적인 짝꿍 샘을 찾아 사랑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칭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것 같은 감독 웨스 앤더슨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90분 내내 가득히 펼쳐지는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한 편의 완전한 동화책을 보고 있는 듯하다. 웨스 앤더슨이 창조한 동화의 나라에 들어가 샘과 수지의 여정을 함께 해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경험이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배경은 뉴 펜잔스섬이다. 사고로 가족을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문제아 소년 샘은 집안의 골칫거리인 외톨이 소녀 수지를 만나 첫 눈에 반한다. 둘은 편지를 통해 점점 가까워지고, 둘만의 세계로 떠나기로 결심해 가출을 감행한다. 샘과 수지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섬의 주민들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웨스 앤더슨이 보여주는 일련의 소동극에서 샘과 수지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아이들이 섬에서 얼마나 ‘비정상적인’ 아이로 취급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는 소년 소녀는 그들을 이해해주지 않고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세계를 벗어나 그들만의 왕국으로 떠나고자 한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화 같은 영상이 보여주는 샘과 수지의 상처는 한때 비정상이어서 그 아이들처럼 상처를 받았던 우리, 혹은 샘과 수지와 같은 아이들을 비정상으로 몰고 갔던 우리에게 씁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샘과 수지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에 맞서 그들의 사랑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어느 페이지를 펴도 예뻐서 기분이 좋아지는 동화책처럼 <문라이즈 킹덤>은 모든 장면 장면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또한 한편으로 샘과 수지의 여정을 보여 주며 우리에게 외로움을 극복해나가게 하는 사랑을 전해준다. 그래서 <문라이즈 킹덤>은 외로웠던, 외로운 사람들에게,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예쁜 화면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소중한 영화인 것이다.
개요: 드라마, 코미디, 모험 미국 94분 2013.01.31 개봉
감독: 웨스앤더슨
[유윤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