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에세이]장 프랑수아 밀레-고단한 삶의 표현에서 풍기는 고즈넉한 사랑 < 이삭 줍기 >

글 입력 2015.01.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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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날씨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면,
나도 몰랐던 여유와 함께
조용히 옛날을 돌아보게 된다.


시끌벅적하고 휘황찬란한 도시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보면
조용하고 아늑한 풍경을 가진 그 어딘가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밀레의 작품은
바로 그 어딘가로 나를 데려다 준다.

캡처.PNG▲ 장 프랑수아 밀레,<이삭 줍기>,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게서
아늑함을 느끼고,
뭉클한 감동을 전해받고

이 감정들이 흘러흘러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작품으로 인해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경험을 했고,
그저 흔하디 흔한 명화이고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내가 쉬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그림이 되었다.

하지만 그림의 내용은
평화와 안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이삭 줍기'라는 행동에는
빈곤과 가난, 고단함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에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서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고
자본주의가 만연하게 되었던 시기였다.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일손이 부족해 
농촌의 빈곤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먹을 것이 없는 가계를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가정의 어머니들은
수확이 끝난 들판의 낱알이라도 부여잡기위해 허리를 숙였다.



낱알 하나
낱알 둘
.
.
.
허리는 자꾸만 아래로, 설줄을 모르고
통증은 더해가도 고개를 들 수는 없었다.
이삭 줄기를 쥔 손은 아픈 허리를 받치지만,
여전히 낱알을 줍는 손을 멈출 수는 없었다.



밀레 역시 레핀과 같은
사실주의 화가였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의
고단한 빈곤층의 사람들은
레핀과 같이 표정이나 제스쳐가 사실적이지도,
비판적인 색깔을 띠지도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숙인 자세로 얼굴을 숨기거나,
어두운 색깔로 뭉둥뭉둥 칠해져 있다.


캡처2.PNG▲ 장 프랑수아 밀레,<씨 뿌리는 사람>,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씨뿌리는 농부의 얼굴은
고단함으로 일그러지지도,
삶에 찌들어있지도 않으며

오히려 그 표정을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역동적인 발걸음,
장화에 잔뜩 묻은 진흙과 함께
밭일에서 물씬 풍겨나오는 듯한 흙냄새는

굳이 인물에서 사실성을 부각하지 않아도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나에게 공감각적으로 다가오는 사실성은
너무나 큰 매력으로 느껴진다.



<이삭 줍기>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낙들의 얼굴은 고개를 숙인 자세 때문인지
그 표정과 감정을 얼굴에서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아낙들의 뒤편으로 아직 넓게 펼쳐진 평원,
그리고 숙여진 허리를 누르는 듯,
평행하게 뻗어나가는 지평선은

아낙들이 느끼는 고단함과 빈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 같은 이미지를
공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밀레는 이런 고단하고 빈곤한 사람들을 그리면서도
그림에서는 절대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
평화로운 마을과 따뜻한 바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무렵의 들판으로

그 평화로움과 아늑함을
강조한 것이다.




나는 밀레의 작품을 보면서,

가난과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이지만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찾아보지 못했다.

오히려 현재의 내가
평화와 휴식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비록 빈곤하지만, 
따뜻한 풍경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서민들을 그려내는
밀레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를 고발하려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이전,

그래도 살기위해,
하루를 작은 낱알 하나로 시작하는 서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려낸 밀레의 그림에서

나는 편안함과 안식을 얻을 수 있다.


[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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