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그래피의 쟁점에 관하여

글 입력 2014.12.3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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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래피의 쟁점에 관하여


포르노그래피의 정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포르노그라포스(pornographos)'이다. 이는 '창녀(pornē)에 관하여 쓰여진 것(graphos)'을 뜻하는데, 의 저자 월터 켄드릭(Walter Kendrick)에 따르면, 그리스에서 행해지는 매춘의 합법화를 위한 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현재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보다는 외설적인 것의 제시나 표현, 혹은 예술이나 문학에서의 음란한 주체를 뜻한다. 포르노그래피는 실제 성행위 여부와 표현의 강도에 따라 하드 코어(hard core)와 소프트 코어(soft core)로 구분된다. 하드 코어는 실제로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며 이상 성애를 즐겨 다루기도 한다. 소프트 코어는 실제적인 성행위가 아닌 위장을 하며, 누드가 나오긴 하지만 성기를 노출시키진 않는다.


에로틱아트(에로티시즘)와 포르노그래피

누드는 미술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에로틱아트와 포르노그래피는 누드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에로틱아트는 미술사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하지만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언급은 금기마냥 피해가려 하고, 심지어 포르노그래피가 아직 불법인 나라도 존재한다.
두 장르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성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포르노그래피가 금지된 성적 재현의 영역이라면 에로틱아트는 관객이 합법적인 문화의 영역으로 다가가도록 하며 관객이 자극되는 것은 허용한다. 하지만 그것은 순수하고 관조적인 문화영역 내에서만 허용된다. 키네스 클라크는 “포르노그래피는 문화적 차이를 결여하고 있는데 그것의 기능은 오직 성적도발과 육욕의 만족을 주는 것인 반면 에로틱아트는 고급예술의 교훈적 역할을 하며 욕망의 묘사를 보다 상위의 문화수준으로 끌어올린다.”고 주장했다. 같은 주제를 표현하고 있지만 분명 다르게 구분되어진다. 순수한 미적인 경험과 혼란스럽고 외설적인 경험, 아름다운 것과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의 경계는 무엇일까?
그것은 종이 한 장 차이와 같다고 설명하고 싶다. 어떤 한 작품에 대해 에로티시즘인지 포르노그래피인지 판단하는 것은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는 수위와 윤리의 허용범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곤 쉴레(Egon Schiele)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는 자위, 관음증, 동성애, 신성 모독과 같은 당시의 사회에서 금기시되었던 요소들을 작품의 주제로 사용했다. 당시 유럽은 성이 극도로 억압된 시대였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향해 질타를 퍼부었으며, 포르노그래피로 치부했다. 하지만 현대 미술에서 에곤 쉴레는 명실상부 에로틱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가식적이지 않은 적나라한 그의 묘사가 겉으로는 성에 대해 규제하면서도 속을 들여다보면 매춘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당시의 위선적인 사회를 비판한 것임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성적인 흥분을 야기하는 것은 음란물이지만 만일 그 작품의 주된 목적이 예술적이거나 과학적일 때, 이러한 더 높은 목적이 출판을 정당화할 수 있다. 그런데 법정이 “이러한 더 높은 목적”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그 판단의 성격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므로 에로틱아트와 포르노그래피를 구분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당대 시각의 검열에 의해 구분되지만, 검열 또한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비록 어제는 포르노였을지라도, 오늘은 에로틱아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포르노그래피를 보는 시선(포르노그래피의 외설 논란에 관하여)

19세기 이전까지 포르노그래피는 부르주아 엘리트 남성에게만 허용된 장르였다. 폼페이 발굴 당시 매우 자유롭게 표현된 고대인의 성생활이 그려진 다수의 벽화와 유물이 출토되었다. 발굴 위원회는 이 유물들을 “비밀의 미술관”이라고 불렀고, 현재는 나폴리 미술관으로 불린다. 1866년에는 카탈로그가 출판되었는데, 매우 고가의 한정판으로 성기가 가려져있었다. 뿐만 아니라 관람의 자격도 통제되었다. 교육을 받은 엘리트 남성에게만, 학문적인 목적에 한정하여 관람이 허용되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은 물론이고 어린이와 여성은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중산층이 등장하게 된다. 중산층이 자신들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책을 읽을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과 더불어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서 포르노그래피는 급속도로 확산된다. 일부 엘리트 귀족의 전유물이던 포르노그래피의 검열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19세기 이전에는 포르노그래피가 상류층의 은밀한 문화였지만 그 지위가 박탈당함에 따라 단순히 ‘외설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오늘날에도 포르노그래피의 지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과거나 현재나 즐기는 것이 은밀하게 행해진다는 사실 또한 변함없다. 하지만 숨어서 보는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상류층‘만’의 것이라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접근성의 문제였다면, 현재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봐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빨간 비디오'는 청소년의 탈선과 가정 파괴의 주범이며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악마의 물건으로 지탄받는다. 여자들은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는 남자들을 짐승처럼 취급하며, 모 예능 프로그램의 MC는 ‘야동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프로그램 속에서 꾸준히 놀림을 받았다. 그 MC는 항상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포르노를 좋아하는 것이 그리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르노그래피는 정말 나쁜 것일까?



포르노그래피와 페미니즘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섹스한다”고 캐서린 맥키논은 지적한 바 있다. 여성의 성은 경제적, 사회적 종속에 의해, 성을 정의하는 남성 권력에 의해, 결혼이라는 제약에 의해, 반여성적인 남성 폭력에 의해 항상 제한된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는다거나, 혹은 못한다거나,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여성은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성에 있어서 여자는 주체가 될 수 없었다. 성에 관한 이미지는 철저히 남성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포르노그래피에서 여성의 역할은 수동적이며, 남성의 요구에 순응하도록 요구되었다. 이처럼 남성우월적인 섹슈얼리티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포르노그래피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여성의 신체를 모욕한다는 이유로 포르노그래피의 생산을 반대했다.
하지만 모든 페미니스트들이 포르노그래피에 대해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포르노그래피의 생산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페미니스트도 존재한다. 물론 이들도 포르노그래피의 전형은 여성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들은 성적인 표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한다. 포르노그래피를 천박하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가부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옹호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입장을 견지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자신의 성적 경험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할 것을 주장한다.
여성들은 성에 있어서 자신의 기호, 성적 판타지를 밝히는 등 성적 욕구의 표현에 대해 입을 다물 것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성적 욕구는 남성과 여성 모두 가지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포르노그래피를 즐겨보는 여성도 분명 존재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포르노그래피에 적대적이지 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주요 쟁점은 포르노그래피 속 등장인물의 ‘태도’이다. 일반적인 포르노그래피의 플롯(Plot)은 “‘만남-접촉-사정’으로 이어지는 남성중심적인 성적 서사로만 형상화”된다. 힘을 가진 남자가 여성을 굴복시킴으로써 자신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 심리적인 우월감을 얻는 것이다. 철저히 남성중심적인 포르노그래피에서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합의에 의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내용은 거의 전무하다.



포르노그래피 작품 소개


1. 데이비드 라샤펠 David Lachapelle의 ‘Lust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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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눈부실 정도로 맑고, 원색의 꽃은 화려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여기에 마치 오르가즘을 느끼는 듯한 안젤리나 졸리 Agelina Jolie의 표정이 배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녀는 아마 옷을 벗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의 포커스는 졸리의 얼굴에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에서 생략되어진 졸리의 몸에 어떤 일이 벌어져서 저렇게 황홀한 표정일 짓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성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소프트 코어에 해당하는 포르노그래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귀스타브 쿠르베 Gustave Courbet의 ‘세상의 기원 The Origin of the World’

이 작품은 터키의 외교관 카릴 베이 Khalil Bey의 주문을 받고 그린 그림이다. 그는 에로틱한 그림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다. 당대의 최고의 화가중 하나였던 쿠르베에게 카릴 베이는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림을 그려줄 것을 요구했고, 쿠르베는 여성의 성기와 음모를 사실적으로 묘사해냈다. 여성의 누드는 당시 부르주아 계층의 남성들에게 ‘고급 포르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들은 여성의 누드를 그리는 데 있어서 가장 은밀한 부분은 숨기거나 음모를 묘사하지 않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남성들의 상상력에 맡기는 것은 작품의 에로틱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쿠르베는 그러한 금기를 과감하게 깨뜨리고 뻔뻔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골적인 묘사로 인해 한편으로는 전혀 에로틱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3. 단원 김홍도의 ‘月下戀人 월하연인’ (조선시대 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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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조선시대 춘화(春畵) 중 하나이다. 춘화는 남녀간의 성교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봄을 의미하는 春이라는 글자가 가지는 성격, 즉 생명을 소생시키는 생성의 계절이라는 의미가 성과 비유되어 은유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사신들이 중국에 갔다가 몰래 들여오면서 춘화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서양에서 포르노그래피가 상류층 남자들의 문화였듯이, 조선의 양반사회에서 춘화는 급속히 유행하게 되었다. 이는 당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신윤복, 김홍도와 같은 화가들이 그리기 시작한다.
이 그림은 성관계하는 장면을 그렸지만, 전혀 변태적이지 않다. 오히려 주변의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조선시대에는 ‘인간의 삶의 단면으로서 성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림속에서 남녀는 밝은 달 아래 돗자리를 깔고 야외에서 정사를 치르고 있다.
또한, 이 그림에서 자연물은 음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나뭇가지 끝에 보이는 달은 여성(음)을 뜻하고 나무는 남성(양)을 뜻한다. 나무가 뻗어나오는 땅의 풀들은 남성의 체모를 상징한다. 산의 굴곡까지 유심히 관찰한다면, 이는 여성의 엉덩이를 은유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참고 문헌>
김지룡, 갈릴레이 SNC 저, 「포르노 : 빨간 비디오는 과연 나쁜가 」, 『사물의 민낯-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애플북스, 2012.
캐서린 맥키논, 「포르노, 민권, 언론」, 이명호 옮김, 『세계의 문학』83, 1997, 봄.
주유신, 「포르노그래피와 여성의 성적 주체성 : 페미니스트 포르노 논쟁과 두 편의 텍스트를 중심으로」, 『영화연구 제26호』, 2005, 397p.
서정걸, 「조선시대 춘화의 전개와 특징」, 『월간미술』, 1994.7.
윤지영, 「조선후기 춘화의 전개와 특징」,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 석사학위논문, 2006, 34p.
정헌이, 진휘연, 「포르노그래피와 형이상학」, 『서양미술사학회논문집 제28집』, 2008, 282p.
서재봉, 「에곤 쉴레(Egon Schiele)의 작품을 통한 "에로티시즘" 미술의 이해 : 고등학생의 미술교육을 중심으로」, 영남대학교, 미술교육전공 석사학위논문, 2013, 8~9p.
허숙경, 「현대미술에 나타난 에로티시즘」,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 석사학위논문, 1992, 41p.
[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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