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뤼살롱에 매혹당한 서포터의 짧은 이야기

글 입력 2014.05.2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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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educed Classically
처음 단 두 곡 만에 안젤리카 바흐만의 바이올린 활에 줄이 끊어졌다. 이후에도 한 번 더 끊어졌다. 단순히 활에 줄이 끊어지는 것으로 연주자의 열정을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앞에서 들려오는 연주에 나를 이토록 빨리 몰입하게 하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을 듯하다. 살뤼살롱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Seduced Classically"가 바로 보인다. 살뤼 살롱 프리뷰를 쓰면서 홈피를 들르면서 과연 이들의 음악에 나는 얼마만큼 유혹당할 것인가 궁금해하면서 예술의전당으로 발을 옮겼다. 당신들의 음악으로 나를 얼마나 정신 못 차리게 할건가요?
펄프 픽션 (영화 <펄프 픽션> 삽입곡)
브람스 <헝가리 무곡 2번>
아르투니안 <즉흥곡>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 리처드 갈리아노 <음유시인의 노래>,
이리스 지그프리트 <샹송>
리스트 <사랑의 꿈>
멘델스존 <무언가>
생상스 <죽음의 무도>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항구의 여름'
핀란드 민요 <이에반 폴카>
​Intermission
라 쿰파르시타 with Heart to Heart Orchestra
에르네스토 레쿠오나 <말라게냐>
니노 로타 <임프로비스 D단조>
부르빌 <다정함>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중 '고성'
파야 <불의 춤>
피아졸라 <부활>
아르투로 마르케즈 <단존 2번>
리처드 로저스
그린 호넷 (영화 <그린 호넷> 삽입곡)
메들리 _ <검은 눈동자>, <아마리치 아마리>​
2. 기억하기로, 딱 한 곡,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빼고(아, 물론 앵콜 공연에서 "아리랑"도 빼놓고) 살뤼 살롱의 이번 공연 셋리스트는 템포가 빠르고 흥겨운 리듬의 곡들로 채워졌다. 클래식을 듣다 보면 조용한 침묵 가운데서 갑자기 폭풍처럼 몰아치는 곡들이 들리는데 어떤 곡은 심장 마사지를 주려고 작정한 것 같다. 살뤼 살롱의 이날 공연에서는 이런 음악들 대신에, 처음부터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으니 뒤에 뭐가 있을지 아무 걱정 말고 그냥 즐기라는 듯한 음악들이 연주되었다.
 
3. 살뤼 살롱은 해외에서 공연을 할 때면 항상 그 나라의 언어로 노래하는 곡을 셋리스트에 넣는다고 한다. 이날은 "샹송"과 "아리랑"이었다. 바이올린의 이리스 지그프리트가 보컬을 주로 맡았다. 원어로 안젤리카가 먼저 부르면 이리스가 한국어로 소절을 뒤이어 부르는 식으로 "샹송"을 들려주었다. 이 두 곡 말고 네 명 모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이 핀란드 민요 "이에반 폴카"였다. 연주에만 뛰어난 게 아니라 음악에 있어서 여러 방면에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임을 알았다.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는 사실 피아졸라가 직접 <사계>를 주제로 작곡한 곡은 아니다.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피아졸라의 오페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리아>에서 사계절을 테마로 곡들을 발견하고 친구인 작곡가 레오니트 데샤트니코프에게 편곡을 부탁해서 만들어진 곡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이다. 여름을 테마로 한 "항구의 여름"은, 나에게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어느 여름에 결혼식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저녁 무렵에 열린 피로연에서 대화를 나누던 톰과 썸머는 썸머의 제안으로 같이 춤을 춘다. 탱고처럼 격렬하고 화려한 춤은 아니지만 더운 여름밤에 함께 추는 춤은 탱고와는 다른 묘한 분위기를 만든 것 같았다. 떠오른 영상은 음악에 몰입하다보니 어느 새 희미해지고 음악은 제목처럼 여름 항구의 모습을 상상하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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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살뤼 살롱의 공연은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유머가 넘쳤다. 시종일관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서로의 활과 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의 악기를 연주하고 몸을 젖혀 피아노를 치고 인형 오스카를 끼고 연주하는 살뤼 살롱은 관객들에게서 감탄과 웃음을 터지게 했다. 내 뒤에 앉은 여자 분은 '어머'하면서 여러 번 놀랐고 나는 공연 내내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박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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