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2014년 초에 본 연극들 - 변태, 관객모독, 에쿠우스

글 입력 2014.12.2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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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본 세 편의 연극에 대해 리뷰하려고 합니다.

<변태>, <관객모독>, <에쿠우스> 이렇게 세 작품이었는데, 세 작품 모두 각기 다양한 인상을 주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1. 변태


 

변태.jpg




- 장소 : 예술공간 서울

- 출연 : 장용철, 이유정, 김귀선

- 처음 보았을 때 무대 세트가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무대를 360도 사방에서 전부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그런 장치덕분에 마치 내가 직접 무대 속 상황에 놓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은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어떤 시인과 그 부인에 대한 이야기로 주요 등장인물은 3명뿐이다. 무명의 시인인 민효석은 중고 책방을 운영하지만, 수익이 없어 동네 정육점 주인인 오동탁에게 시에 대해 가르쳐주며 용돈을 버는 사람이다. 그의 아내인 한소영은 효석의 예술적인 면모를 좋아하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효석에게 점점 지쳐간다. 그러던 중에 오동탁이 출판사에서 시집 출판에 대한 권유를 받고, 이 사건으로 인해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방황하던 효석과 소영은 무너진다. 이 이후에 결국 세 사람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치닫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19금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19금 면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서 놀랐다. 사실 정확하게 스토리가 이해된 것은 아니었지만, 대충의 스토리는 파악할 수 있었고 그 쓸쓸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감정도 생생히 전해졌다. 출연하신 배우분들이 굉장히 연기를 잘하셨는데, 특히 한소영 역할을 맡은 이유정 배우님에게 굉장히 힘든 연기였으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열연이 놀라웠다. 그리고 이 작품은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를 관객들에게 질문하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집에 가는 길에 그 질문과 내용을 계속 생각해보았다. 



2. <관객모독>


관객모독.jpg

-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 출연 : 정재진, 기주봉, 김태훈, 성아름 등

- 상당히 독특한 연극이었다. 특별한 줄거리도 존재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내용은 추상적인 대사들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보면서 내용을 파악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단지 무대 위의 연극이 누군가 감독하는 연극이라는 정도?? 만 알 수 있었다. 

  이 연극이 특히 독특했던 점은 별다른 소품을 쓰지 않는데다가, 관객의 참여를 굉장히 많이 유도하기 때문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역시 관객과 서로 욕하고 대야의 물을 관객에게 쏟아 버릴 때였던 것 같다. 참여를 굉장히 유도한다는 게 인상적인 데다가, 연극 중간에는 직접 관객이 배우가 무대에서 할 내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이 굉장히 신선했다.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라 파악하기가 힘들기는 했지만, 아마 내 생각에는 그런 행동을 통해서 연극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없애고자 했던 것 같다. 연극을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행동같다는 느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정재진 배우님이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 하셔서 볼 때마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맨 앞자리에서 감상한 적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더 즐거웠다. 



3. <에쿠우스>



에쿠우스.jpg


- 장소 :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 출연 : 안석환, 지현준, 김지은, 유정기 등

- 워낙에 유명한 연극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19금이라는 사실 때문에 좀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야하다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중간에 계단을 두고 조금 무대에서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상당히 오래된 작품인데, 피터 쉐퍼라는 유명한 극작가에 의해 쓰여졌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정신과 의사인 다이사트는 말 여덟마리의 눈을 찌르고 정신병원에 온 알런을 만나게 되고, 알런이 조금씩 다이사트와 친해지면서 말의 눈을 찌른 이유를 이야기해 간다는 내용이다. 내용은 이해하기 쉬웠는데, 나오는 소재들이 굉장히 상징적이었다. 예를 들어, 이 작품 속에는 마치 신과도 같은 모습을 한 에쿠우스와, 그릇된 종교적 관점 등이 계속 나온다. 그래서 처음 보았을 때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지만, 작품의 내용이나 해석을 좀 더 알고 가는 게 훨씬 나았을 것 같다. 

  동국대 이해랑극장은 넓고 쾌적하지만, 뒤에서 볼 때는 소리가 울려서 가끔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또 이 작품 속에서는 말이 굉장히 중요한 소재여서, 말을 어떻게 표현할지 정말 궁금했었다. 처음에는 사람이 말을 표현한다는 게 독특하고 웃기기도 했지만, 극에 몰입하면서 점점 더 진짜 말처럼 생각되는 게 신기했다. 배우분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말을 표현하신 분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기는 하지만, 관객들이 진짜 말처럼 느끼게 한다는 게 대단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회차도 많고 출연배우분들도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지현준 배우와 김지은 배우는 조금 아쉬운 점이 많았다. 지현준 배우분이 연기한 알런은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었는데, 극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알런은 좀 더 복잡하고 섬세한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잘 맞지 않아서 좀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김지은 배우분은 발랄하게 잘 연기하시긴 했지만, 극의 중세적 분위기와는 좀 안맞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19금이라 긴장했었는데, 여자와 남자배우분 모두 옷을 모두 벗으시기는 하지만, 그렇게 야하다거나 노출이 심하다, 부담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냥 극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회차를 본 후, 알런을 다르게 해석했다는 전박찬 배우분의 연기도 한 번 보고싶어졌다. 

[문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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