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 주변성 극복을 위하여

글 입력 2014.12.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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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와 제목만 보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이 영화는 이 사회에서 소외된 청춘,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영화에 대해 '주변인'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영화의 엔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호하고 외로운 사람들. <내 깡패 같은 애인>의 동철과 세진이 보이는 모습이다. 이들은 어떤 확실한 위치에 있지 않다. 세진은 학생도 직장인도 아니고, 서울사람도 지방사람도 아니다. 한물 간 깡패 동철은 나쁜 건달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옆집 남자도 아니다. 이렇게 모호성을 가진 이들은 그래서 더욱 외로운 인물들이다. 이들은 영화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들처럼 모호한 위치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모호한 존재로 만드는가?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사회학자 스톤퀴스트는 동철과 세진과 같은 인물을 주변인(marginal man)'이라는 개념으로 지칭한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주변인이란 대개 주류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을 말한다. 주변인은 주류집단에 진입하고 용납되기를 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주류집단의 주변에 위치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주류집단의 가치관과 이상을 다 받아들였으나 주류집단에 의하여 받아들여지지 않은 외부인이다. 세진은 서울에 집착하고, 번듯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동철은 집에선 교육 방송을 보고, 후배 재영에게 다른 길을 택하도록 권유한다. 건달의 가오를 노래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그들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세진과 동철은 주류 사회 주변을 외롭게 떠돈다.

동철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세진과 같은 많은 주변인들은 주류 사회에 편입하지 못하는 신세를 본인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주변성이라는 성질은 개인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사회에 의해 강제로 부여된 것이다. 세진의 경우, 학벌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에 의해 그녀의 다른 모든 능력은 가려진다. 동철의 경우는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어쨌거나 건달이 된 것은 그의 선택이 아닌가. 그러나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는 어린 누군가가 이 사회에 던져지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지점에서 사회의 모순이 드러난다. 이 사회는 주류 집단이 설정해놓은 몇 가지 선택을 제외한 다른 선택을 무시하고 배척한다. 정해진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 취직이 가능하다. 어린 시절 철없이 한 잘못된 선택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동철과 세진처럼 주변으로 몰려난 이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다 그들의 선택 때문이라고 탓하기에는, 주류사회로 통하는 선택의 길이 너무 좁고 한정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주변성을 극복하고 중심성을 회복하는가. 영화에서는 어렵게 기회를 잡아 세진은 최연소 대리로 성공하고, 동철은 죽음의 경계에서 돌아와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들이 꿈꿨던 주류사회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달콤한 해피엔딩이지만 현실의 우리는 이러한 결말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강제로 내쳐진 주변인들이 스스로 주변성을 극복하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주변성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주류사회가 더 다양한 선택을 포용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영화의 달콤함이 현실에서도 가능한 지점이 있다. 바로 동반자의 존재이다. 외로운 주변인 세진과 동철은 서로의 존재로 인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계속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가장 힘든 시기에 내 옆에 있어주는 누군가의 존재는 힘든 삶이어도 다시 한 번 힘을 내게 해준다.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같이 들려도, 외로운 우리 존재를 달래주는 것은 결국 함께 외로운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동반자의 존재로 인해 우리는 외로움을 극복하고, 주변성을 벗어나고자 다시 한 번 힘을 내며, 씁쓸한 현실 속에서도 영화처럼 달콤한 해피엔딩을 바라며 살아가는 것이다.


[유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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