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F] 살바토레 아카르도, 그는 진정 파가니니의 재림인가?

글 입력 2014.05.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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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 바이올린좀 들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름이다. 최근에는 파가니니에 관한 미스테리 영화가 개봉을 하며 그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살바토레 아카르도이다. 완벽한 기교와 현란한 연주로 파가니니의 재림이라고 불리는 그는 음악의 본고장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하다. 파가니니의 재림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을 놀라운 수준의 파가니니의 곡을 주특기로 하고 있으며, 다채로운 레파토리를 통해 여전히 건재하고 원숙미 넘치는 거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마침 한이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내한을 했다고 하니, 이건 실로 기적같은 내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위대한 음악가의 음악을,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 다른 위대한 음악가의 손끝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번 서울 국제 음악제가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살바토레 아카르도는 현 파가니니 스페셜리스트로써, 1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파가니니 카프리스로 데뷔무데를 가졌다. 이후 제네바 콩쿠르,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머 국제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그는 솔로이스트로 세계적으로 활약함과 동시에 토리노에서 실내관현악단을 조직하여 다채로운 연주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 공연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8살의 나이로 콩쿠르 우승이라는 실력을 갖춘 라우나 만지니가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피아노의 선율이 마치 대화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다른 프리뷰에서도 언급한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연주가 더더욱 기대되는 것이다. 바이올린과 함께 해서 더욱 빛날 그녀의 음악 또한 살바토레 아카르도의 연주만큼이나 기대된다.
 
그동안 내가 놓쳤던 것 중 하나가 공연때 듣게 될 음악에 대한 사전정보가 굉장히 미비했다는 점이다. 최소한 당일에 어떤 음악을 듣게 될 것인지에 대한 간략한 정보 혹은 음악은 한번쯤은 짚어보고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애티튜드가 약간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공연 관람에 앞서, 그가 연주하게 될 음악들에게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이 공연을 보게 될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1. J. Brahms - Allegro from F.A.E Sonata 
   (브람스 - F.A.E 소나타 중 알레그로)
아마 낯선 이름일수도 있다. F.A.E 라고 줄여서 적어놨지만, 사실 이 곡의 원제를 적자면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Ip.108'이다. 브람ㅅ므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인 것이다. N사의 지식 백과사전에 의하면, 1853년 로베르트 슈만과 알베르트 디르티리와 이 한곡을 공동으로 작업했었는데, 까다로운 안목을 갖고 있던 브람스는 엄격한 기준으로 곡을 평가해가며 이 부분을 완성했고 이외의 곡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와있다. 스위스의 투너 호숫가의 호프슈테텐 시절에 완성된 이 곡은 그의 오랜 친구였던 한스 폰 뷜로에게 헌정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귀를 황홀하게 하는 매력적인 곡으로 알려져 있다. 브람스의 말년 시기의 쓸쓸함 감성의 표현과 고전적인 형식미가 담긴 곡으로도 더 유명한 이 곡을 통해 '엄격한 작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기회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2. C.Franck - Violin Sonata in A major 
   (프랑크 -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프랑크는 오르간을 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곡은 그 경험을 살려 만들어진 곡이기도 하다. 사실 프랑크는 일평생을 오르간을 연주하는 오르가니스트로 살았다고 한다. 동시대의 사람들에게도 그는 하모니움 (우리나라의 '풍금')선생으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프랑크는 오르간으로 사고한 사람이었고, 그의 작곡 기법에는 오르간 스타일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그가 이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순환기법 (구조적인 통일을 위해 앞선 악장의 동기, 주제 등을 뒤 악장에 반복하는 작곡 형식)을 쓴 이우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르간을 연주한 경험에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그는 특히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형식 구조가 논리적인 걸작을 많이 남긴 작곡가로, 특히 이 곡은 클로드 드뷔시, 뱅상 댕디, 에르네스트 쇼송의 음악이 나아갈 바를 제시해 주었다고 한다. 댕디는 이 곡에 대해 '이 곡은 가장 순수한 순환 주제를 가진 최초의 작품이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고 한다. 

3. C.Saint-Saens -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in A Minor, Op.28 
   (생상 -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A단조)
이 작품은 느리면서 긴장감과 우아함이 감도는 1분 30초 남짓한 짧은 서주 부분(Andante)에 이어 주제부와 삽입부가 번갈아 등장하는 스페인적인 열정이 싱코페이션적인 리듬을 통해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론도(Rondo)와 이탈리아적인 쾌활함과 악마적인 테크닉이 혼재하는 카프리치오소(Capriccioso)가 등장한다. 특히 열정과 화려함이 증폭되는 론도 카프리치오소는 연주자의 초인적인 개인기가 증폭되며 숨막히는 엑스터시를 자아내는 Allegro ma non troppo와 30초 정도의 짧은 카덴차가 쾌속을 더하며 폭발적인 피날레로 이어지는 Piú allegro로 구성되어 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 만큼 일찍이 영화와 방송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특히 완벽한 핑거링과 폭포수 같은 압도적인 스케일, 칼날과도 같은 날카로운 보잉을 선보이며 바이올린의 신으로 일컬어진 야샤 하이페츠가 등장한 1939년작 영화 [They Shall Have Music]에서 이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전곡을 연주한 것이 그 효시라고 말할 수 있다.

4. E.Bloch - Nigun from Baal Shem '3 pictures of Hassidic life' 
   (블로흐 - 바알 셈 '하시디즘 삶의 세 장면' 중 즉흥곡)

5. N.Paganini - La Campanella 
   (파가니니 - 라 캄파넬라)
아마 이 날 연주되는 다섯개의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곡이 바로 이 곡이 아닐까 한다. 그 동안 국내 L기업의 TVCF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져, 나이 지긋한 주부들 사이에서도 이 음악은 간간히 회자되고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광고를 통해 처음 듣게 된 건 아니지만, 나 역시 이 곡이 파가니니의 곡이라는건 이번 프로그램 리스트를 통해 알게된 부분이다. 프리뷰를 쓰는 사람으로써 조금 부끄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곡을 만들고 연주한 '파가니니'는 1초에 18개의 음을 연주하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도 불렸던 사람인데, 그 현란하고도 엄청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꾸며진 이 곡은 듣는이로 하여금 다음 리듬을 미처 떠올릴 새도 없이 휘몰아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휘몰아 치는 느낌이 전부는 아니다. 뒤따라오는 음악들은 마치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이 음악은 익숙하고 친숙하게, 그리고 듣는 이들의 머리를 가볍게 만드는 특별함이 느껴진다.

지금껏 내가 봐왔던 바이올린 연주들도, 사실 굉장했다. 빠르고 정교한 음, 사람의 손이 저런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리드미컬 하면서도 그 음의 정확성과 기교를 보고 있자면 듣는 내내 몰려오는 긴장감이 꽤나 즐거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살바토레 아카르도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라고 불리고,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다. 파가니니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결과적으로는 파가니니의 곡의 가장 살바토레스럽게 풀어낸 것이야 말로, 연주자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악보에만 의지하는 연주가 아니라, 곡을 새롭게 해석하고, 그 기교와 화려함을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으로 체득하여 결국 '최고'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그의 공연은 실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수 많은 음악적 거장들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깜짝 놀랄만한 사람들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곡들이 이탈리아의 문화 전반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고, 이는 삶을 더욱 풍요롭고 풍성하게 가꿀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음악이 있기에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떠올리거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이올린을 꼽는 이유는, 현악기로써 표현할 수 있는 극한까지 파고드는 매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각각의 악기마다 다양한 특성과 매력이 있겠지만, 바이올린을 특별히 더 아끼는 이유 중에 하나는 '설마 가능할까...?'라고 생각되는 음역과 빠른 리듬까지도 소화하는 현의 놀라움 때문이다. 살바토레 아카르도는 바이올린 현이 얼마나 화려해질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공연에서 두 음악가를 만나는 경험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공연만큼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파가니니와 살바토레 아카르도, 이 둘을 모두 만나게 될 것 같다.


2014 서울국제음악제 | 세계 정상급의 음악가들이 서울의 5월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물들입니다.
http://www.simfkorea.org

[안수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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